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영암의 희망, 대불산단이 휘청거리고 있다. 대불산단 조성 당시, 문전옥답이랄 수 있는 황금바다를 내 줄때만 해도 영암군민은 물론 삼호지역 주민들에게 큰 기대를 안겨줬다. 하지만 그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 이제 뭔가 된다 싶었더니 조선산업 불황의 직격탄이 대불산단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불산단은 지난 1월말 기준으로, 입주한 324개사 중 조선관련 업체는 운송장비 126개사, 조립금속 59개사 등 총 184사로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여파는 대불산단에 찬바람을 일으키며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형 조선소에서 배분되는 조선블록 물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공장 가동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불산단에 입주한 조선블록 업체들은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STS, SLS 등 국내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대형 조선소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수주실적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올해 인도할 예정이었던 일부 선박들도 선주사들이 인도 연기요청을 해오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조선업 불황여파가 이곳 협력업체들에게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남지역의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들은 기술력을 담보로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대불산단은 오로지 대형 조선소만을 바라보고 조선블록공장 중심으로 조성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대략 30~40%의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관계기관에 폐업신고를 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올 하반기까지 지속되면 공장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돼 사업주들은 물론 근로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벌써 직원을 100% 유지할 수 없는 업체들은 무급휴가를 보내는 등 비상수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출퇴근시간 때면 상습 정체구간인 영암과 목포를 잇는 영산강 하구둑 도로가 예전보다 많이 한산해졌다고 한다. 이는 대불산단에 근무하며 목포에 거주하던 근로자들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수천억을 들여 5년전 개통한 대불산단 철도마저 연간 운행횟수가 30여회에 불과해 녹슬고 있다는 소식도 우릴 우울하게 만든다. 당시 분양률이 낮던 대불산단이 철도 물류와 관계없는 조선업체로 채워지면서 제조업체 입주를 예상했던 수요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철도청은 당시 철도가 개통하면 고속도로와 바다, 철도까지 연결된 대불산단은 투자 최적지로 떠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까지 내놓았었다. 하지만 그 기대치는 불과 5년 만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 유명한 ‘전봇대 사건’도 조선업체가 입주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도로가 파손되고 교량이 붕괴위험에 처해 있는 문제도 뒤따랐다. 교통사고 전국 최고의 오명도 보태졌다. 따지고 보면, 이 모두가 애초부터 단추가 잘못 끼어진 탓이다.

아직도 우리 영암의 희망인 대불산단이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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