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지난 10일 오후, F1경주장 건설공사를 축하하는 축포와 오색무늬의 풍선이 영암의 서부관문 삼호 하늘을 수놓고 있었지만 마침, 이날 온종일 황사로 뒤덮인 희뿌연 하늘을 보는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F1국제자동차 경주장 건축공사 기공식이 열리는 이날은 최소한 정부에서 국무총리급 인사나 주무장관인 문화관광부장관 정도는 참석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동안 F1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온 전남도는 국무총리를 비롯 기획재정부, 문화관광부, 농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 관계 장관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중앙부처 장관급 이상 인사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인접 시·군의 시장·군수와 지역출신 국회의원 몇몇이 참석한 정치인들의 ‘지역 잔치’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시장·군수를 수행한 공무원과 행사 관계자, 그리고 정치인들을 따라 다니는 무리(?)들을 제외하고 나면 지역주민들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행사장의 분위기는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잘 알다시피 F1대회는 전남도의 최대 개발사업인 J프로젝트(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의 선도사업으로, J프로젝트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영암으로선 지역발전의 새 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대회가 열리는 2010년까지 추정되는 사업비는 경주장 건설비 2천400억원, 개최권료 360억원, 진입로 개설 500억원 등 총 3천400억원대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을 놓고도 번번이 정치권으로부터 발목이 잡혀 아직껏 지연되고 있는데다 전남도가 요구한 530억원의 경주장 건설비용도 최근 발표한 정부의 올 추경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아 건설공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F1대회는 단순히 지역행사가 아니다. 월드컵,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생산유발 효과만 1조8천55억원에 이르는 국가적인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과 1년쯤 국가적인 대사를 앞두고 치러진 기공식 행사에 정부 관계자가 단 한명도 참석치 않았다는 사실을 두고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한 주민으로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또한 농림식품부가 J프로젝트 지구내에 대규모 온실단지와 수출전문 농어업주식회사 설립을 고집하고 최근 영농조합 법인을 선정,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나 전남도의 개최권료 분담요청을 회피하는 문화관광부의 무성의한 태도 등을 접하면서 과연 정부가 F1대회에 대한 지원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전술했듯이 총 3천500억원대에 달하는 사업비도 민간자본이 투자하는 프로젝트 파이넨싱(PF)으로 추진되고 있어 작금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심히 염려된다.

이날 기공식에서 지역 국회의원 등 축사에 나선 인사들은 F1대회가 ‘미래산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한결 같이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도 환영사를 통해 “F1대회는 전남의 운명을 바꿀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의 선도사업이다”며 “반드시 성공적으로 개최해 전남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러나 행사를 지켜본 필자로서는 이날만큼은 그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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