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 호
·군서면 신덕정 출생
·인익스플랜 대표
·그래픽디자이너
·인테리어, 익스테리어디자이너
·본사 안산시 지역기자


고향은 언제가보아도 정겨움이 많지 않는가 한다. 포근한 어머님 품 같고, 옛 숨결이 느껴지니 말이다. 집 밖 재 넘어 밭에서 김을 매다가 자식이 오면, 하던 일 멈추고 치마폭으로 반겨 안아 주었듯이 고향은 치마폭으로 둘러져 있는 모성애가 있는 어머님의 자태가 아닌가한다. 또한 어릴 적에 보고 느꼈던 옛 생활상의 모습이 시대가 변했다 해도 그 체취는 DNA인양 남아 있는 걸 보게 될 때 정겨움이 더한 것 같다.

3월초에 귀향한 지인의 집들이로 오랜만에 고향을 갈 기회가 있었다. 지인이 사는 옹기종기한 아담하고 소박한 시골마을은 전에 한 지붕개량 말고는 시골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변하지 않고 옛 정취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키 높이 층층이 쌓아 만든 돌담이나 댓잎 부디 치는 소리, 감나무에 앉았다 대나무 밭에서 조잘 됐다 하며 제 놀이터인양 제 집처럼 드나드는 박새나 참새들의 제주나 합창, 또는 마당에 멍석을 펴 말리는 곡식과 담장아래 쌓아놓은 두엄, 삐딱이 구부러진 나무기둥에 떨어져 간 것처럼 덕지덕지 붙어져 있는 흙벽과, 수수깡으로 엮어진 천정하며 나지막한 앞산 자락에 뛰어노는 산토끼의 눈과 귀를 마주치지 않게 자연스레 막지어진 헛간채에서 주인과 함께 일터에서 와서 잠시 쉬기라도 하는 듯이 벽에 기대며 힘껏 잡아당겼을 끈을 축 늘어뜨린 지게, 김을 매기 위해 어머님 손 역할 하느라 달고 달아 진 채 흙이 묻어진 호미... 한 지붕아래 같이 살았던 누렁이의 침을 흘리며 내는 음메 소리, 또 벼슬을 높이 세우며 여러 마리 암탉을 거닐며 모이를 쪼아 먹는 수탉의 날개 짓소리가 정겹다.

그리고 손잡이를 한 검은 가마솥이 놓여진 부뚜막과 한쪽구석의 부지깽이, 집 뒤 안 젓갈단지 밑둥을 구멍내어 만든 나지막한 굴뚝에서 피어나는 하얀 연기가 담장을 넘어 골목 여기저기를 안개처럼 자욱이 퍼져가며 땅거미 지는 저녁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것이 마치 어느 화가가 그려놓은 화선지를 펼쳐놓은 듯하다.

또 동네 한편 언덕아래 아담한 작은 샘에선 요즘시대에는 집집마다 세탁기가 있을 법도 한데 샘 아래에서 넘쳐흐르는 물로 방망이를 두드리며 빨래를 하는 아낙네의 그 변함없는 정겨운 풍경이나 숨결은 아직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어머님 품 같은 고향의 모습이 도시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신기하고 마냥 정겨움으로 다가올 뿐이다. 그래서 저마다 다른 풍습·풍속의 문화가 현대화되고 서구화되어 갈수록 우리의 옛 생활상을 유지함속에 변해가는 것도 현대와 미래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소통이요, 여러 형상들이나 생활상들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공존의 미학이 아니겠는가 한다. 시골이 예전과는 달리 많이 변해지고 각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어도 그래도 고향은 어느 곳보다 그 품이 깊고 넓을 뿐이다. 이렇듯 고향은 도시와는 달리 장독에서 풍겨 나오는 된장 냄새처럼 소박한 인정이 묻어나고,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목마름을 달래주는 아름다운 광경이 있는 시골만의 고향에서나 볼 수 있는 맛과 향이 있기에 고향은 언제나 찾아봐도 정겨움이 많을 뿐이다. 고향에서 열리는 왕인문화축제를 맞아 한번쯤 가족 나들이에 나서 봄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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