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 · 발행인)
가까스로 수습에 나서긴 했지만, 후끈 달아오른 얼굴은 지금도 뜨겁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그곳에 몸을 숨기고 싶었던 솔직한 심정이었다. 연이어 터진 신문의 오류를 지켜보면서 지나온 20년의 세월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는 지금도 이겨내기가 버거울 정도다. 죄스러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있겠으며, 또한 그 창피스럽고 자존심 상한 마음을 어찌 다 드러낼 수가 있겠는가.

다행스럽게도 피해 당사자들이 나서 등을 도닥거려 주심에 겨우 추스르고 있지만, 그 부끄러움은 평생의 거울로 삼고자 한다. 아무리 변명한들 무슨 여지가 있겠는가. 더 이상의 실수 없는 일이야말로 그 분들에게 죄 닦음을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다. 항상 이맘때면 부끄럽고 죄스런 마음이 또 겹쳐 온다. 최선을 다 한다고 하지만, 돌이켜 보면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되니까 말이다.

그동안 지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 달려온 지 7일로 꼭 4년을 맞는다. 하지만, 의욕만 앞서고 지역신문이 안고 있는 한계에 부딪혀 좌절과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지역에서 ‘참 언론’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견제와 시기도 넘어야 할 산이라는 사실은 지금도 절감하고 있다. 고독한 싸움과 익숙해져야 한다는 사실도 이제 겨우 터득했다. 그러나 고독하되, 고독하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전국의 수많은 ‘영암인’들이 묵묵히 지켜봐주시고 성원해주신 탓이다. 그래서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다는 처지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좀더 알찬 지면을 위해 수익 쪽은 항상 뒷전이었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수익을 보상해 줄 만한 알찬 내용도 없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책임과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와 기대 속에 어느덧 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어렵지만 꿋꿋이 지켜나가야 할 책임과 의무를 더욱 갖게 된다. 자신의 기득권에 야합하는 배타적인 태도나 기회주의적인 행태들을 과감히 쓸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지역발전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는 불을 밝히고, 소외받은 곳에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민들의 화합과 협력을 도모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운 일인 줄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것이고, 또 변해야만 한다. 우리 지역에도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사고부터 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변화의 바람을 타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군민들이 바라는 사안이면서 실제는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온정주의가 가장 큰 폐단일 것이다. 내 탓은 덮어주길 바라면서 남의 탓은 까발려주길 바라는 이중적인 태도도 고쳐져야 한다. 건전한 언론관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바른언론을 키운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상대방만 변화를 바라는 것도 문제다.

네살바기의 소망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힘은 부치고, 벽은 높지만 모두가 바라는 소망을 하나씩 풀어가고자 한다. 힘이 있거들랑 외면하지 말고 보태주시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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