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 · 발행인)
자민련 김종필(JP)총재의 정계은퇴 선언으로 ‘3김’ 시대가 역사적 막을 내린 것은 지난 2004년 4월 총선 직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DJ계승을 외쳤고, JP는 ‘충청이여 다시 한번’을 호소했지만 유권자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결국 영원한 2인자 JP는 은퇴의 변을 통해 “노병은 죽지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3김의 종말은 한국정치의 질적인 변화를 요구한 유권자들의 반란이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요동치던 한국 현대사에서 3김은 강인한 생명력을 키워왔다. 워낙 거친 세파를 겪으며 오뚝이 인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성에 3김은 적절히 파고들었다. 이들은 지역주의의 최대 수혜자였던 셈이다.

지난 80년 ‘서울의 봄’을 맞아 서로 대립하다 전두환 정권의 철퇴를 맞았고, 87년 대선 땐 3김이 나란히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노태우 민정당 후보에게 당선을 안겨줬다. 3김은 80년, 87년 실패에 굴하지 않고 대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주의를 부추겼고, 패거리정치를 부활시켰다. 여기에 금권정치는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정치권력에 대한 집념, 불굴의 의지, 실패해도 다시 재기하고 성공을 일궈내는 과정 등은 3김이 보여준 한국 현대사의 독특한 장면들이었다. 이것은 한국적인 상황만의 특수한 산물이었다.

결국 3김의 집권의욕이 강해지는 만큼 지역패권주의-금권정치-패거리(보스)정치의 악순환은 유권자들의 고개를 돌리게 했다.

이미 중증의 ‘대통령병’에 걸려 버린 이들은 국민들을 너무 힘들고 지치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노무현’이라는 신종 정치인과 함께 ‘열린우리당’이 혜성처럼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가공할 만한 위력에도 불구하고 패거리 정치세력의 잔당들은 ‘얼마가지 못해 쪼개질 당’이라며 애써 깎아내렸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끝없이 벌어지는 여권 내 분란은 그들의 말대로 곧 쪼개져버릴 것 같은 위기상황이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국민들이 그토록 혐오하던 패거리정치를 정당화 시키지 않을까 더 염려스럽다는 점이다.

지난 4·30 재보선에서 완패한 이후 ‘난닝구(실용파)와 빽바지(개혁파)’ 논란을 벌이더니 급기야 막말 수준의 공방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최근에는 이해찬 총리와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의 측근 논쟁이 이어지더니 결국 염위원의 당직 사퇴까지 몰고 왔다. 여기에 호남 역차별론과 민주당과의 합당론이 나오는가 하면 호남 의원 탈당설에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설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 또 당내 여러 파벌이 모조리 싸움판에 정신이 팔려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고 있는 꼴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영락없이 ‘콩가루 집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유선호 전남도당 위원장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수습해 보고자 주선한 지역의원 모임에서도 전체 14명중 6명이 불참한 반쪽모임으로 전락, 이같은 우려를 더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지역민심을 등에 업고 또다시 과거의 행태로 되돌아가려는 민주당 지도부의 고집스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정신 못차린 정치권의 오만함에 비애를 느낀다.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 멍울진 민초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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