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 · 발행인)
조합장 선거가 미암농협을 시작으로 본격 막이 올랐다. 올해보다는 내년 초 집중적으로 이뤄질 조합장 선거는 곧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던 점에 비춰 연내에 치러지는 조합선거 분위기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과거 조합선거 행태는 향응제공, 금품매수, 흑색선전 등 온갖 불법·탈법적인 행위가 공공연하게 저질러졌음을 부인할 순 없다. 이런 탓에 후보자들의 금품매수 행위에 길들여진 조합원들은 이번에도 은근히 ‘돈봉투’를 원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위탁관리가 처음 도입됨으로써 과거와 다른 엄격한 선거관리가 기대된다. 특히 이번 조합장 선거부터 지난 17대 총선에서 등장한 거액의 신고포상금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여 과거와는 사뭇 다른 선거문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선거부터 선관위의 위탁관리와 함께 조합장 선거에 부정선거 사범을 신고하면 거액의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그동안 조합장 선거의 행태가 얼마나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져왔으며, 파급효과가 얼마나 심대했는가를 반증한다.

특히 향응제공과 금품매수 행위는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게도 돈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많은 악영향을 끼쳐왔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회가 결국 ‘屋上屋’의 예산낭비 요인으로 전락한 것도 결국 우리의 부끄러운 선거문화에 기인한다. 유급제 전환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다시 한번 곰곰이 따져보자. 물론 일부에 국한된 얘기이겠지만, 조합장 선거에 돈이 수억씩이나 뿌려지고, 조합장에 당선이 되었다면 과연 정상적인 조합운영이 가능하겠는가. 1억 가까운 연봉에다 4년 임기를 감안하더라도 차기 선거를 대비한다면 결국 적자를 감수해야 할 판인데, 자선사업가 아니고 적자 볼 위인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조합원의 소득과 권익향상을 위해 있는 조합이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일자리 제공수준에 머물고, 지역 주민들간 위화감만 조성한다면 무슨 존재의미가 있겠는가.

지금에 와서 농협개혁을 외치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지만 농민 조합원들도 결코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인으로써 책임과 권한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단돈 몇푼에, 친척이기 때문에, 학교선배라서 등등 만연된 온정주의가 오늘날 여기까지 오게 했다는 사실이다.

농민들을 등에 업고 현재 중앙회는 200조원의 신용, 8조원의 경제, 10만명의 임직원을 포용하는 거대한 공룡조직이 되었다. 농협개혁의 칼을 들이대면, 중앙회와 회원조합이 서로 떠넘기기로 일관한다. 그러다 뭔가 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유야무야 되고, 다시 대선을 치르고 나면 또 한번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게 그동안 농협의 생존법이었다.

농업·농촌이 위기에 몰리고, 농민이 벼랑 끝에 서게 된 것도 결국 조합경영을 마음대로 내맡긴 조합원의 몫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무책임하게 행사했던 권한을 보다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택의 우선 조건은 능력 있고 청렴한 인물이어야 한다. 무한경쟁시대 실력을 갖춘 유능한 인재라야 조합경영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며, 물욕(物慾)이 없는 사람이라야 할 것이다.

농협개혁을 외쳐대면서 실제는 개혁과 먼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우리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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