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 · 발행인)
듣자하니 요즘 '전사모'라는 게 뜨고 있단다. 내용인즉, 2003년 10월에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가 화제가 되면서 회원수가 크게 늘어 지금까지 3천300여명의 회원이 가입했다고 한다. 이 카페에는 전 전 대통령의 프로필, 취임식 동영상 등 일반적인 자료도 있지만 전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더구나 ‘전사모’ 운영자는 최근 회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전 대통령이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방송에서는 잘못한 부분만 비추고 그의 업적은 절대 안 비춘다”며 “많은 분들이 모여 큰 힘이 될 때, 촛불집회도 하고 그분에 대한 사면복권에도 힘쓸 것”이라고 했단다. 찬양 일변도의 글도 모자라 ‘구국의 영웅’이라는 묘사까지 하면서 사면복권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광주에서 있었던 '만행'은 그들이 주장하는 ‘정당행위’란 말인가. 얼마 전 광주에서는 5·18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40대의 이 젊은이는 5월만 되면 5·18부상 후유증과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3차례나 5·18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고 한다. 결국 가족들에게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처럼 80년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받은 고문과 부상 등 후유증으로 고통 받다 사망하는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5·18국립묘지 조성 직후 안장된 사망자 숫자는 2002년 10명, 2003년 18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43명으로 점차 그 수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5·18 묘지에 안장된 43명 중 7명이 자살했으며, 배우자의 가출이나 이혼, 자녀 심리장애 등으로 가정마저 붕괴되면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고문 피해자를 포함해 5·18 당시 부상 피해자는 무려 3천6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과중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합병증, 사회관계 장애 등 각종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최근 장세동·허화평씨 등 12·12사태 주역 17명이 '5·18은 정상적 진압이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MBC '제5공화국' 제작진에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특히 향후 드라마로 방영될 5·18광주항쟁과 관련 "5·18은 시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정상적 진압이었다"고 항변, 광주·전남 지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이들은 한술 더 떠 5·18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과 당시 정세에 대해 자신들이 파악한 부분에 대한 자료를 첨부, 이를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최초 발포명령자 및 행불자 등 진실규명 작업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등 아직도 5·18 아픔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성은커녕 되레 큰소리를 치고 있는 형국이니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학살자에 대한 단죄와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루빨리 당시 핵심 세력에 대한 단죄가 이뤄져 아픔을 안고 사는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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