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 · 발행인)
몇해전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가 세상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적이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이 소설은 이혼 후 아들을 버리고 훌쩍 떠나버린 엄마를 대신해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다움이 아빠의 사랑 얘기다.

아들 다움이의 골수이식 수술에 필요한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한 아빠. 하지만 불행하게도 신장을 팔기 위해 병원에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아빠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되고, 그래서 신장을 팔 수 없게 된다. 자신이 가진 병엔 아랑곳하지도 않고 오직 다움이를 위해 결국 자신의 눈 각막을 팔아서 아들을 수술 받게 한다. 그러는 사이 아빠는 고통 속에서 점점 죽어간다. 그런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아들을 엄마가 있는 프랑스로 떠나보내고 아빠는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아! 아무리 부모라지만 자식에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하물며 한갓 미물에 불과한 가시고기는 또 어떤가.

물고기 중 '가시고기'라는 이름을 가진 고기가 있는데 큰가시고기, 가시고기, 잔가시고기 3종류가 있다고 한다. 이 중 부성애(父性愛)가 강한 고기는 '큰가시고기'라고 한다. 큰가시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해마다 이른 봄이면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올라온다. 암수 무리지어 올라온 큰가시고기는 약 일주일간의 민물 적응기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산란준비에 들어간다. 산란준비는 온전히 수컷의 몫이다. 먼저 새끼를 키울 둥지부터 짓는다. 수컷이 둥지를 만드는 동안 암컷은 주변에서 둥지가 완성되기를 기다린다. 둥지가 완성되면 암컷은 그곳에 알을 낳는다. 암컷은 알을 낳으면 미련 없이 둥지를 떠나 버린다. 그 때부터 수컷의 알 지키기가 시작된다. 알을 먹기 위해 모여드는 수많은 침입자들을 물리치고 알들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앞 지느러미를 이용해 부채질하며 끊임없이 둥지 안에 새 물을 넣어준다. 잠시도 쉬지 않고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오로지 둥지 안의 알을 지키고 키워내는 데만 전념한다. 마침내 알이 부화해 새끼들이 탄생하지만 수컷은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 갓 부화한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나오면 새끼들을 물어다 안으로 집어넣는다. 아직 나올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화한지 5일 정도가 지나면 새끼들은 제법 자라 둥지를 떠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새끼들을 모두 안전하게 떠나보낸 수컷은 마침내 그 자리에서 삶의 최후를 맞이한다. 둥지 짓기부터 새끼들을 모두 떠나보내기까지 약 15일간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오직 새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수컷의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주둥이는 다 헐고 화려했던 몸 색깔은 볼품없이 변해, 그토록 애지중지 지키던 둥지 앞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이다.

며칠 후 둥지를 떠났던 새끼들은 죽은 수컷 주위로 모여든다. 그 새끼들이 모인 것은 자기를 위해 희생한 아버지를 슬퍼하기 위함이 아니라 아비의 살을 파먹기 위해서다. 죽어서까지 자신의 몸을 새끼들의 먹이로 주는 것이 바로 '가시고기'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그래서 '가시고기'를 이 땅에 사는 생물 중에 부성애가 가장 강한 생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가정의 달 5월. 엄마가 딸을 사창가에 팔아넘기고, 아빠가 딸을 성폭행하며, 청소년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세태를 보면서 ‘가족’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가시고시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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