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 · 발행인)
봄기운이 충만하던 들녘에 때 아닌 눈발이 내리더니 봄을 재촉하던 발길이 주춤해졌다.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의 마지막 호기였나 보다. 그런 탓에 벚꽃 개화시기도 다소 늦어지고 있다. 갈수록 기상이변이 심해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고장 영암의 최대 행사인 왕인문화축제가 하루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벚꽃 만발한 개막식을 보지 못해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하늘의 뜻이니 어찌하겠는가.

올해도 아름다운 국립공원 월출산 자락 왕인박사 유적지 일원에서 나흘간 펼쳐질 축제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행사 등이 마련돼 풍성한 잔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요즘 독도 문제로 한.일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많은 일본인들이 대거 참여해 왕인묘에 머리숙여 향화를 올리도록 예정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관광객들의 체험행사로 왕인박사 유적지를 출발해 수박등 삼거리, 도선로, 구림사거리, 도기문화센터, 돌정고개를 넘어 오는 행사도 마련돼 관심을 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모두가 군민의 혈세로 이뤄지고 있음은 두말 할 나위없다. 더구나 왕인박사 유적지를 늘려 새로 조성한 왕인공원에는 80억이라는 많은 예산이 투입돼 손님맞이 준비를 끝냈다.

이처럼 행. 재정적으로 엄청난 투자가 뒤따른 행사이지만 정작 군민들의 협조가 없이는 축제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예전에는 일반적으로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에 초점이 맞추어진 행사였다면 지금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우리고장을 널리 알리는 일종의 상품화가 곁들여진 잔치로 발전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잔치에 공무원들만 나서서 될 일인가. 일사불란하게 처리할 행사준비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손님맞이는 주인인 군민들도 함께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잔치에 함께 참여하고 성심성의껏 친절을 베풀 때 우리 영암군의 상품가치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임이 확실하다. 특히 음식점, 숙박업소 등에서 종사하는 분들은 더욱 세심한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

흐드러진 벚꽃 사이로 영암의 전통문화를 흠뻑 즐기고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 때라야 결국 축제의 의미가 더해질 것이다.

주민들간 화합과 단합된 모습도 21세기 관광시대, 하나의 상품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자.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와 소아병적인 행태를 과감히 떨쳐버리는 일도 우선 급선무라 여겨진다.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뒷전인 채 무관심해도 될 부분은 자꾸 말을 만들어내는 몹쓸 병폐는 하루속히 버려야 할 부끄러운 우리지역의 유물이다.

고향사람이 고향을 두려워해서야 되겠는가. 배고프던 시절, 살기 위해 객지로 떠났으니, 여생은 고향의 품에서 마음 편히 지내도록 함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고향을 지켜온 사람도 훌륭하지만, 객지에서 활약한 향우들도 소중한 우리 영암의 인적자원이다. 그들의 경륜과 학식을 고향에 쏟게 할 수 있는 것도 고향을 지키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한다.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영암에 외지 사람들까지 앞다퉈 찾아오는 그런 바램은 헛된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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