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 · 발행인)
부모들에게 자식 교육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자식에 관한한 우리나라만큼 극성스러운 곳도 드물 것이다. 세월도 많이 흘러 지금은 저출산 때문에 고민하는 시대가 됐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의 자식교육은 유별날 정도다.

이러한 국민적 정서를 굳이 무시한다손 치더라도 현실을 방기(放棄)한 지방행정도 분명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암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곳이 삼호지역이다. 아니 영암이 아니라 전라도 군단위 치고 인구가 증가한 곳은 삼호가 유일하다. 2년전 면에서 읍으로 승격한 삼호는 인구가 영암읍 보다 1만3천여명이 많다. 10년전 6천여명에서 지금은 2만3천여 명으로 4배 정도 늘었다. 인구분포 면에서 이미 영암읍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력은 말할 것도 없다. 현대삼호중공업 8천여 근로자들(협력업체 포함)의 평균연봉 4천9백만원을 감안하면 연간 3천9백억이 쏟아지고 있다. 영암군의 한해 예산이 1천5백억 내외이고 보면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그런데 이처럼 어마어마한 자금이 고스란히 목포시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가. 황금어장을 내주고 댓가를 톡톡히 치룬 결과가 겨우 이 정도라면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세상일이란 게 억지로 될 일은 아니다. 생활편익 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사람이 모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시설이 없어 타지로 내쫓는 꼴이 된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현대삼호중공업 근로자들이 모여사는 사원아파트는 신학기 무렵이면 이삿짐을 꾸리는 가구수가 대단히 많다고 한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아파트라서 저렴할 뿐만 아니라 근무지가 가까워 여러 가지로 편리할 터이지만 목포시로 집을 옮기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부모들이 자식교육을 위해 연말 또는 연초가 되면 서둘러 영암을 뜨고 있는 것이다. 직장은 영암이지만 생활은 목포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목포 하당은 아파트 장사가 쏠쏠하다는 소문이다. 당연히 모든 소비는 목포에서 이뤄질 수밖에 더 있겠는가. 이같은 엄청난 자금의 역외유출은 영암발전을 기대했던 전 군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먹고 살기가 편리해 도시에 거주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아이가 다닐 학교가 없어 이사를 간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학교 2개교에 600여명의 학생이 재학중인 삼호지역에 아직까지 고등학교가 없는 것은 목포권과 연계한 학생수급 판단에 따른 결과다. 다시말해 전남도내와 영암군 전체적인 관점에서 학생수요를 판단하기 때문에 학교설립 계획이 현재까지 없다는 게 전남도교육청의 입장이다. 목포시내 고교와 영암관내 고교에서 충분히 이들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신도청이 들어서는 남악신도시에 고등학교가 곧바로 세워질 것이 뻔한데 근거리에 있는 삼호지역은 고등학교 없는 사각지대로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대책없이 수수방관하는 영암군의 행정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경제를 살리자’고 외쳐대면서도 정작 이런 틈새를 방조하는 것은 경쟁시대 지자체의 의무를 태만히 하는 것 아니겠는가. 영암군은 삼호읍민과 함께 공조를 이뤄 하루빨리 전남도교육감의 결단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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