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 · 발행인)
시종새마을금고가 법인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시종농협의 합병에 이은 새마을금고의 이같은 운명은 지역주민들에게 적잖은 충격과 함께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농촌주민들의 은행으로 애환을 함께 해온 서민금융기관이 부실만 떠안은 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음을 볼 때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우리농촌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해온 이들의 한계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를 일이다. 시기만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는 자위도 해본다. 급격한 농촌공동화로 예전과는 여러 면에서 판이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누적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종적인 피해는 결국 지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공적자금’이 무엇인가. 국민들의 혈세가 아닌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혈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도 사회 공동체적 책무이기 때문에 그러한 지적도 지극히 타당하다.

아무튼 농촌의 어려운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엊그제 전남도에서도 박준영 지사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지만 추곡수매제가 곧 폐지될 운명에 처해있다. 다시말해 새로운 양곡관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전국 제1의 농도인 전남도는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수입쌀 시판을 앞두고 쌀농사에 대한 위기감이 높이지고 있는 시점에서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는 정부정책은 '자활훈련이 끝나지 않은 농업인의 발목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농민들에겐 그동안 최소한의 방패막이가 돼왔던 정부의 추곡수매제도 마저 폐지된다면 농촌경제의 붕괴와 농촌사회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철저한 '농업.농촌 종합대책'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노인들까지 쌀판매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겠는가. 전남도내 22개 시군에 30여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대한노인회 전남연합회가 대도시에 나가 있는 자녀나 친지 등을 상대로 올해 쌀 10만 포대를 팔 계획이라는 것이다. 뼈 빠지게 지어놓은 쌀마저 주체할 수 없는 터에 수입쌀까지 밀고 들어오게 됐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란 말인가.

농업. 농촌의 문제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마땅히 심을 작목이 없다는 것이다. 해마다 파동을 겪는 것도 과잉생산에 소비부진까지 겹친 탓이다. 여기서 농산물 유통의 문제는 영원한 숙제다. 결국 농민들만 골탕을 먹게 되어있으니 아무리 견고한 금고라도 얼마나 견디겠는가. 그러다 보니 불신까지 겹쳐 도덕적 해이는 갈수록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한때 ‘정부의 돈은 공짜’라는 저변의 인식도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무정부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다. 열심히 한 만큼 성과가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니 자포자기 할 수밖에….

시종농협 합병에 이은 시종새마을금고의 파산도 결국 농업.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늘어만 가는 부실채권은 적자를 안겨줄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금고를 바닥나게 했던 원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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