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 · 발행인)
3월. 또 다른 출발점이자 제2의 시작이다. 각급 학교의 새학년이 시작되고, 마침내 봄이 열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달이기 때문이다.

요근래 봄을 시샘하던 추위도 물러간 듯 월출산 넘어 햇볕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움트는 소리, 지표를 째고 소생하는 만물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지만 얼어붙은 경제는 아직도 풀릴 기미를 보이질 않으니 답답하다. 설 연휴기간에 지역구를 둘러본 여야 의원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물론 국회의원이라면 그 정도의 얘기는 꼭 현지에 가서 직접 듣지 않아도 서민들의 사정을 모를 리 없고 몰라서도 안 될 일이다. 국회의원의 소속이 여당인지 야당인지, 또 지역구가 도시인지 농촌인지에 따라 들은 얘기의 내용도 다소 차이가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회의원의 해석도 다르지만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대한 주문이 거의 전부였다는 것만은 공통적이다. 그만큼 지금은 무엇보다 경제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는 뜻이리라.

설 연휴를 전후해 경기가 되살아나는 듯한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실감하지 못하는 서민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부동산 가격도 들먹인다는 소식은 오히려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는 일부 부유층의 또 다른 ‘투기’가 아닌지 불안의 요인이 된다고 한다. 아직도 여러 기업에서는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고, 실질 임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판에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는 얘기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체감경기는 바닥이지만 여러가지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니까 조심스럽게 기대를 걸어보면서도 서민들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다.

“싸움질 좀 그만하고 경제를 살리라”는 지역 주민들의 푸념과 기대섞인 주문을 직접 접하면서 “고개를 들기 부끄러울 정도였다”는 국회의원들의 ‘고백’도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잘 한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된 국회의원들의 재산증식 행태를 보면 서민들의 가슴을 꽉 짓누른다. 국회의원들은 68.4%가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신고했는데, 의원 전체적으로 평균 9천300만원씩 재산이 불었다고 한다. 행정부 고위 공직자 가운데서도 87명이 1억원 이상 재산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재산이 크게 늘었다고 해서 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서민들 살림이 너무나 빠듯했던 지난해에 유독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의 재산이 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과 주식투자가 재산증식 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직무상 얻은 정보를 재산축적에 이용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로지 농삿일에 매달려온 농촌사람들의 한 맺힌 절규는 외면한 채 ‘재테크’를 통해 재산을 크게 불렸다니 그 박탈감이란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사정이 이럴진대 어찌 빈부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며, 계층간 위화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 새 봄과 함께 짙게 드리운 먹구름도 서서히 걷히고, 고단한 삶을 영위해 가는 농촌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불씨가 안겨져 살맛나는 세상이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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