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사료값 폭등과 농가 부채를 견디지 못한 축산농민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지역 금정면에서도 최근 60대 부부가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일 금정면의 한 저수지에서 김모(62)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김씨의 집에서는 김씨의 아내(61)가 농약을 마신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염소 400여 마리를 길러온 이들 부부는 최근 높은 사료값과 수억대의 빚으로 고민해왔으며, 이로 인해 다툼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을 함께 운영해오면서 한때 돈도 많이 번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주위에 피해만 떠안긴 채 한 많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또 이달 3일에는 무안의 한 양돈농민이 높은 사료값과 수천만원의 빚으로 고민하다 자신의 축사에서 목을 매 숨졌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한 달 앞선 지난달 9일에는 영광에서 축산농가가 목매 숨졌다. 영광한우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사료값 폭등으로 우울증까지 앓아오다 세상을 끝내 하직하고 말았다. 지난달 5일에도 함평에서 한우를 기르던 농민이 이주여성 아내와 자녀를 흉기로 살해하려 한 뒤 음독 자살하기도 했다. 이 농민도 한우 10여 마리가 브루셀라병에 감염돼 폐사한 뒤 빚을 고민하다 이 같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들 축산농민의 잇단 자살은 사료값 폭등과 농가 부채가 배경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처럼 시골 한 구석에서 열심히 살다가 삶의 무게에 짓눌려 바람처럼 스러져 가는 농가들이 늘고 있지만, 정부 당국자 누구 한사람 거들떠보지 않은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말없이 죽어가는 사람만이 불쌍할 뿐이다. 아니 그들이 오히려 행복할지도 모를 일이다.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농촌현실이 살아가는 사람에겐 더 고통을 안겨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농업·농촌과 지방에 대한 홀대는 희망을 갖기엔 너무 먼 것 같아 더욱 그렇다.

농협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사료의 평균 가격은 2006년 말 1포대(25㎏)당 7천230원이던 것이 지난 3월에는 1만294원으로 42.4%나 올랐다.

전남지역 농가부채도 지난해 말 기준 가구당 2천934만원으로, 2006년 말 2천690만원에 비해 10% 가까이 늘어나는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농촌실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뚜렷한 비전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뤄진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지원이 눈에 띌 뿐이다.

미국 쇠고기 정국에 함몰된 요즘의 농촌, 과연 정부는 말없이 스러져 가는 민초들의 죽음을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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