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영암의 명물 ‘독천 먹거리촌’이 여전히 무질서한 주차 때문에 여러가지 아쉬움을 낳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최근 공영주차장을 조성해놨지만 활용을 못하고 있는데다 새로 도입한 가변주차제 또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행을 하다보면 먹는 것 만큼 중요한 게 없다. 여행 중 먹는 즐거움이란 오히려 보는 즐거움 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역특산품을 이용해 만든 먹거리는 다른 어떤 관광자원보다 중요하다. 각 지자체가 숙박시설과 함께 먹거리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우리 영암도 예전에는 먹거리가 풍부했다. 그 중 하나가 산낙지였다. 세발낙지의 맛은 그 어느 것에도 견줄 수가 없다. 그러나 영산강 간척사업으로 우리지역의 특산품은 언제부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지금에 와선 딱히 “이것이요”라고 내놓을 만한 음식이 없는 처지가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영암의 세발낙지는 사라졌어도 그 명성은 아직 여전하다.

영암읍내 몇몇 음식점과 독천에서 예전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며 독특한 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독천의 낙지거리가 아직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우리 영암으로선 퍽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보는 입장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도 있다. 좁게 보면 독천 사람들에게 국한된 일이라서 다른 읍·면에선 볼멘소리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넓게 보면 영암군 전체적인 일이기도 하다. 영암을 관광하겠다고 나선 많은 외지인들이 독천에만 들러 낙지음식만 먹고 가겠는가. 예를 들어 월출산이 있기에 관광객이 몰리고, 독천의 음식점이 잘되는 이유도 영암의 수많은 관광자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른바 ‘공존공생’(共存共生)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다시 말해 독천의 낙지거리는 전체 영암군민들의 소득과도 직접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이유로 영암군은 2억2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구 독천우시장 일대 1천500여평을 매입, 최대 200여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대형 공영주차장을 만들었다. 기존의 천변 주차장도 있었지만 손님들이 외면한다는 이유로 가까운 곳에 또 다른 주차장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먹거리촌으로 거듭나게 하고 내년까지 10억을 투자, 독천 5일시장을 풍물장터로 탈바꿈시킨다는 원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열악한 영암군의 재정형편으로 볼 때 막대한 예산이 아닐 수 없다. 어찌보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법한 사안이지만 전술했듯이 먼 장래로 볼 때 영암의 관광자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독천의 공영주차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된다면 영암군의 엄청난 재정적 손실이다. 군민의 혈세를 투자한 만큼 독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상가주민들이 모임체를 구성해 주차장을 공동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상가 전 주민이 순번제로 주차요원이 되어 주차질서를 잡아갈 때 독천의 먹거리촌은 ‘친절’이 가미되어 그 명성을 더 할 것이다.

이런 조그마한 실천이 선행될 때 독천을 살리고, 더 나아가 영암을 살리는 길이다. 질서정연하고 쾌적하여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몰리는 ‘먹거리촌 독천’은 공무원이 해줄 일도 아니고, 외지 관광객들이 할 일도 아니다. 바로 독천 사람들이 할 일이며, 그 길이 생존의 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덧붙이자면 장사가 덜 된 곳에서 서둘러야 한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손님이 없어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음식점이 아니라고 해서 불구경할 일만도 아니다. 음식 먹으러 온 관광객이 북적일 때 세 수입이 많은 담배 한 값이라도 더 팔 수 있지 않겠는가.

역시 사람 사는 곳엔 서로 협력이 필요하다. 사람(人)이 혼자 설 수 없는 이유를 다시 한번 절감하면서 독천 상가주민들 뿐만 아니라 영암 군민들의 선진화된 의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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