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왕인문화축제가 올해도 화사한 벚꽃의 축복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5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에는 인근지역 시장·군수들과 자매결연단체장, 향우들, 그리고 일본 방문단과 관광객, 군민 등 3천여 명이 대거 참석, 축제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또 개막식 행사에서는 왕인의 탄생지인 영암군과 왕인의 묘가 있는 일본의 히라카타시가 우호도시제휴 선포식을 하는 광경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만개한 벚꽃이 행사기간 내내 절정에 달한 가운데 수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계기가 됐다.

왕인문화축제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인물축제의 원조 격(格)으로, 1986년부터 시작된 왕인박사춘향대제(王仁博士春享大祭)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왕인박사춘향대제가 지역축제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군서청년회가 추진한 벚꽃축제를 영암군이 지역의 역사인물을 문화콘텐츠로 개발,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시책에서 비롯됐다.

왕인박사는 1천600여 년 전, 영암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고대 아스카문화를 발현시킨 걸출한 역사인물로, 영암군의 미래성장 동력이다. 왕인문화축제가 타 축제와 다른 점은 공연 콘텐츠에 있다. 이중에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재해석, 실험적인 공연 콘텐츠의 지평을 조용히 열어가고 있다. 예컨대 영암의 전통민속 ‘장부질노래’‘여석산쌍패농악’‘도포제줄다리기’‘삼호강강술래’‘갈곡들소리’등은 공연문화의 한류(韓流)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그리고 영암의 전통 ‘가랫불태우기’를 컨셉으로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폐막행사는 전통과 현대의 문화적 소통을 시도하는 왕인문화축제의 상징적 이미지로 꼽힌다. 올해도 군민이 한데 어우러져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축제의 마케팅은 지역 이미지를 파는 것이다. 왕인문화축제의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는 것, 그것은 콘텐츠 개발에 달려 있다. 따라서 왕인을 테마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관광자원화에 활용함으로써 왕인문화축제가 영암발전의 실질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문제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한국 사람들의 해외여행 패턴은 패키지관광이다. 그와 같은 여행상품 어디에도 축제장 방문코스는 없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한국의 어떤 축제를 참관하기 위해서 항공권을 구입하는 관광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왕인문화축제가 예외일 수 있는 것은 일본인에게 왕인박사가 보은의 대상이라는 역사성 때문이다. 왕인문화축제는 이처럼 절묘한 역사적 사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까다로운 일본 관광객의 발길을 영암으로 돌려놓은 현실적인 방안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새로운 한·일 교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왕인을 매개로 한·일이 미래지향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왕인과 왕인문화축제를 세계화하는 지름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 인류의 상생을 컨셉으로 설정하고 일본 히라카타시와의 우호도시 제휴를 선포한 것도 매우 뜻 깊은 프로그램이었다.

앞으로 왕인문화축제의 혁신적인 콘텐츠 개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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