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새해 아침에도 어김없이 눈부신 태양은 찬란하게 떠올랐다. 찬란한 태양은 지난해도 어김없이 떠올랐지만, 뒤돌아보면 우리에게 숱한 상처와 아픔을 안겨줬다.

특히 지난해 풍년농사는 이뤘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는 한해였다. 벼농사를 비롯해서 배농사 등 과수농사도 전례 없는 대풍을 이뤘지만 그에 걸맞는 수익은 커녕 오히려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영암지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힘들게 길러온 농작물이 동사하고 하우스가 붕괴되기도 해 농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더니 풍년농사를 지어놓고도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농민들을 힘들게 한 게 어디 이 뿐이겠는가. 비료 값은 2007년 말 24%에 이어 지난해 63% 인상된 데다 1년새 면세유 가격이 배 이상 오르고 농기계 사용료도 20% 가량 인상돼 농민들은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런데 벼 추곡수매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수매값도 동결되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때 이르게 찾아온 추석명절로 과일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를 맞아 관내 배 농가들의 타격이 심했고, 김장배추와 무 등 김장철 작물 등도 농민들이 재배면적을 늘린 데다 작황까지 좋아 수확량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는 줄어 가격이 전년도 절반이후 수준으로 떨어져 억지로 산지 폐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이처럼 온갖 풍상을 겪었지만 새해를 맞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어둡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지구촌을 들썩이며 국내 상황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위기상황은 정작 울고 싶은 농민들의 목소리마저 잠재우는 아이러니컬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의 끈마저 놓을 수 없다. 비록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농촌의 실정이지만, 그렇다고 농촌의 미래마저 없는 건 아니쟎는가.

오늘의 삶이 고달프고 피곤할 지라도 또 다른 희망이 있기에 누구에게나 새해는 설레임 그 자체다. 어제 보다는 오늘이, 오늘 보다는 내일이 우리의 존재가치를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이 매년 이맘때면 다시 한번 생명의 끈을 질끈 동여매게 하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예나 다름없이 또 우리 곁을 찾은 새해.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기만 하다. 비단 농민들 뿐만 아니라 타 업종에 종사하는 지역민들에게도 장기적인 지역경기 침체와 불황으로 지칠대로 지친 심신을 추스리자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주문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지역의 중소상인과 기업인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음도 쓰러지지 못해 서있을 뿐이요, 문닫지 못한 곳도 부지기수다. 도시나 농촌이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화돼 차등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있는 자와 가진 자가 하나 더 얻으려고 설치는 게 또한 현실이다.

이로 인해 주위에선 소외감과 더불어 고통 받으면서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 결국 지역민들의 화합과 이해도 해치고 만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털끝만큼의 희망이라도 있으니까 좌절하지 않고 예까지 온 것이다. 이제 그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들고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희망의 영암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역이 발전하고 주민들이 잘 사는 것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향유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만 얻어지는 것이다. 지난해의 온갖 고통스러움은 훌훌 털어내고 월출산의 정기를 받아 새 마음으로 단장하자.

힘차게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새로운 삶을 향해 힘차게 매진하자. 기운내서 다시 뛰는 한 해를 멋지게 장식하자! 영암군민과 출향인 모두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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