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영암군의 인구가 조만간 5만명 시대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지난 7월말 현재 영암군의 인구는 6만227명으로, 227명이 6만명 시대를 겨우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개월 사이 865명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한 달 평균 96명이 감소한 셈인데 앞으로 2개월 후면 6만명 시대가 붕괴된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1989년 7만6천800여명에 이르던 인구가 이듬해인 1990년 6만8천800여명으로 1년 사이 무려 8천여명이 감소하면서, 7만명선이 무너졌다가 이듬해 다시 7만2천600여명으로 증가했지만 1년 뒤 다시 6만8천600여명에 이른 이후 16년만이다.

그나마 영암군은 삼호지역의 산업단지가 활성화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면이 읍으로 승격되고 최근 출산율 통계에서도 전국 3위에 기록될 정도로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은 타 지역에 비해 덜한 편이지만, 전체적인 인구감소는 여느 지역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세대수로 보면, 2만5천728세대에 불과하다. 이를 전체 인구와 나누면 세대당 인구가 2.34명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를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도시권 진출(이농)은 농촌공동화의 핵심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추이는 영암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통된 상황인 만큼 인구 늘리는 일에 뾰족한 대안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인구를 늘리고자 한다면, 전혀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출향인들을 만나보면, 고향에 대한 향수와 사랑이 대단하다. 남은 여생을 고향에서 지내려는 인사들도 꽤 있다. 하지만 여건이 안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중에 지역민의 배타성도 한 몫하고 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관대함이 인색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돈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식이다. 그런저런 이유로 영암에서 평생 공직생활을 한 사람들도 대다수가 고향을 등지고 있다. 공직생활 때문에 영암에 적을 두고 살았지만, 정년퇴직 이후에는 가급적 발걸음을 멀리한다. 주위 환경으로 보면, 전원생활의 최적지로도 손색이 없을 터이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오히려 외지인들이 관심을 더 기울이는 형편이다.

이러한 지역의 배타성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로도 작용한다. ‘끼리끼리’ 문화가 팽배한 것도 따지고 보면 배타주의에 기인한다. 결속력을 해치고 지역화합을 깨는 저급한 문화는 하루속히 깨야한다.

출향인들도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도시생활에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추구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귀농현상이 일어났다. 도시 지향적이던 시민들의 삶에서 농촌회귀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형성된 것이다. 일본에서도 한때 귀농바람이 불었다. 지금도 도시인의 40%가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이들은 일찍이 농촌에서 2모작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도시생활에서 얻고 쌓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 정보, 인적 네트워크 등은 낙후된 고향발전을 위해 금광맥처럼 소중하게 활용될 수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를 이뤄냈던 영국과 일본사람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지내는 출향인들은 한번쯤 눈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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