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온 세계의 이목이 미국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새 대통령 오바마 시대가 열리면서 앞으로 그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불리는 경제위기 등 국내외적인 도전과제를 안고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는 미 건국 232년 이래 처음으로 탄생한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미국의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전에 없는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건국과 함께 백인들이 평등을 기치로 구축한 정치 피라미드의 최고정점은 항상 백인들의 차지였다. 흑인 유권자의 비율이 13%에 불과한 미국에서 흑인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선다는 것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침내 미국 정치권력의 최고정점에 흑인이 올라섰다. 미국 땅에 노예로 끌려와 멸시와 천대를 받아온 흑인이, 뿌리 깊은 인종갈등의 역사로 점철된 미국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단순히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획기적 사건이다. 미국사회가 겉으로는 나이와 성별, 직업,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가 자신의 능력에 따라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표방해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불과 수십년전까지만 해도 백인과 흑인은 공공화장실도 같은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도 주요 대도시 도심의 흑인 거주지역은 범죄의 온상으로 낙인찍혀 있다. 이런 미국사회에서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인종과 성(性), 계급, 종교, 이념, 빈부의 격차에 따른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를 통해 그간의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며 인류가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흑인 대통령 출현은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미국은 민주주의를 더욱 빛나게 했다.

눈을 돌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보자. 경제는 도저히 회생불능이고 소통의 문화마저 끊긴지 오래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더 벌려놓고 있다. 정부가 지방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고도 기어이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를 강행한 탓이다. 여당 내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는 지방의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예컨대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이 가능해졌는데 어느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오려 하겠는가. 벌써 지방으로의 이전을 약속한 기업들마저 이를 철회하고 수도권으로 돌아갈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우리지역 영암에도 대불국가산단과 삼호지방산단이 있다. 그리고 신북과 군서에 농공단지가 오래전에 조성돼 있다. 농공단지는 지난 70년대 새마을공장의 재판(再版)이 되고 있다. 단지에는 폐허를 방불케 하는 공장이 널려 있고 겨우 가동되는 공장도 인력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물류비용은 고사하고 판로도 어려운데다 인력마저 구하기 힘든 실정인데 “어느 미친놈이 지방까지 내려와 기업을 하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기에 겨우 공장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의 현실과 간절한 염원을 외면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의 배짱은 과거 개발독재시대, 잘 나가던 한 경영인의 오만과 독선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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