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고통지수’(Misery Index)라는 게 있다. ‘비참지수’로도 불리는 이것은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치를 말한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로, 엄밀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살펴보는 척도로 자주 이용된다. 1976년 미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전에 이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런데 이 고통지수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밝힌 고통지수는 지난달 9.0을 기록했다. 2001년 초(9.1)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지방의 고통지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의 고통지수가 10.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나왔다. 물가는 급등하고 취업은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전라도의 수도라 할 수 있는 광주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지방의 대도시가 이럴진대, 농촌에 사는 농업인들의 고통지수는 어떨까. 농업은 갈수록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지만, 농약값·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니 ‘고통’을 뛰어넘어 ‘비참’한 수준이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요즘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어떤가. 지난 21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또 다른 형태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비수도권 자치단체로부터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2개 신도시를 추가로 지정하고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해 서울 외곽과 도심에서 주택건설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기업도시 건설 등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신도시 건설, 규제완화 등이 추진될 겨우 자칫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유마야무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정책방향인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와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불만의 요체다.

여기에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22일 경기도 광주에서 열린 수도권규제 철폐 관련 집회에서 “도로 철도 등을 만드는 데에는 돈이 들지만 규제철폐에는 돈이 안든다. 경제를 살리는 길은 규제철폐 뿐이다”며 수도권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이에 앞서 21일 오전에도 K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가 균형발전은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 정책이고, 공산당도 못하는 것”이라며 정부 ‘지방발전 전략’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서울 중심론 등을 내세우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영암의 인근 목포시에서는 교육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무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재정이 튼튼한 목포시가 상위 10% 이내 중학생들이 목포지역 고등학교로 올 경우 3년간 학자금 외에 매달 생활비 20만원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영암으로선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돈의 위력을 앞세운다면 지방에서 당할 자 누가 있겠는가.
날로 높아가는 고통지수, 어떤 방도가 없을까.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