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형 영 ·본사 영암읍 명예기자

 

사랑과 정이 넘치는 가정의 달 5월 어느 날, 영암읍자원봉사 회장님으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자원봉사활동이 있는데 조금 도와줄 수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셨다. 자유스런 몸이 아니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때마침 아버님께서 나오셔서 내 일을 흔쾌히 대신해주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회장님께 전화를 드리고 단 1분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생각에 회장님 댁으로 달려갔다. 회장님께서도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반가이 맞아주셨다.


잠시도 내가 떠나면 안 되는 가정일 때문에 혼자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그런대로 할 수 있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은 쉽지 않았다. 때문에 항상 마음속으로 이름만 기억해놓고 실천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다른 자원봉사자와 보건소직원이 함께 떠나는 봉사활동인데다 나의 건강한 몸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기뻤다.


첫 번째 찾아간 집은 군서면 월산마을이었다. 갓 오십의 나이를 넘긴 젊은 엄마였다. 전신을 움직일 수 없어 수많은 세월을 방벽에 의지하며 눈으로만 표현을 할 뿐이었다. 목욕시킬  준비를 하는 동안 집안을 휙 돌아보니 많은 것들이 우리들의 손을 기다렸다. 이곳저곳 집안을 정리하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다.


환자를 목욕시켜드리는 동안 비록 말은 서로 통하지 않았지만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감정이 교차하며 행복한 시간이었다. 손톱과 발톱을 깎아드리고 마사지를 해드렸더니 허리를 조금 움직이면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행복해 하는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 차마 떨어지지 않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작별을 하며 집을 떠나게 되었지만 환자의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코끝이 찡해왔다.


요즘 하루의 시간은 시기적으로 긴 것 같지만 하루해는 그리 길지 않아 두 집을 방문하고 나니 해는 서산에 기울고 있었다. 그나마 그동안 가고 싶었던 봉사활동을 다녀오니 조금은 마음의 위안이 되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모든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으련만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남이 아니면 살아 갈 수 없는 사람이 얼마나 영암 땅에도 많은지?


환자에게 만족할 만한 봉사를 했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다음 기회에는 더욱 따뜻하고 내 가족처럼 모실 수 있는 참다운 봉사자로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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