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복전·도포면 목우동 출생·법무부 연구관·대구소년분류심사원 원장·청주미평고등학교 교장·경기대 겸임교수 역임·현)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현)수필작가 등으로 활동
선거에서 승자가 독식하는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그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대단히 크다. 봉건주의시대 임금이 하는 말과 위력이 다를 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했던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가 잘 산다”는 말이 그 예다. 대통령의 이 말을 실현하기 위하여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지난 1월 말경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방안 공청회’에서 영어 표기법 문제를 들고 나왔다.

21세기에 들어와 세계화라는 말이 화두가 되면서 우리사회는 영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교육, 중등학교에서 영어로 수업, 대학에서 영어로 강의하기 등 때문에 온 사회가 스트레스를 받고, 광풍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사회가 조기유학으로 ‘기러기아빠’ ‘팽귄아빠’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기피성 유학까지 합쳐 해외유학생이 20만 명에 이르러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불에 기름 붓는 격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현실을 보면서 필자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만이 잘사는가?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에 영어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온 국민이 이처럼 국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 세계적으로 잘사는 선진국들 중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들이 더 많다. 독일, 프랑스, 이태리가 그렇고, 일본도 그렇다. 스위스는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태리어와 로망슈어라는 4개의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영어에 몰입해 있지 않다.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여행객들이 영어로 질문하면 자기네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응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략하면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도 잘 산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우리말 우리글은 버리자는 것인가? “내 집 개도 내가 미워하면 남도 미워한다” 는 속담이 있다. 우리말은 소리글로, 사용하는데 아무 불편이 없다. 다소 불편이 있다면 연구하여 해소해가면 된다. 그런데 지금처럼 영어 광풍이 부는 사회분위기에서는 우리말은 왜소해지고 천대받아 더 발전할 수가 없다.

우리말 우리글이 국내에서는 이처럼 천대를 받고 있으나 외국에서는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 4월22일 중앙의 모 일간지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4월20일에 전 세계 18개국 62개 도시에서 동시에 실시된 제13회 한국어 능력시험에는 모두 7만3954명이 응시했다. 나라별로는 중국이 4만2천23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1,621명), 일본(1,411명), 우즈베키스탄·몽골(582명), 인도네시아(332명)순이었다.”라는 기사를 읽고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실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셋째는,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느 나라가 남의 통치하에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지키고 있다면, 그 나라는 언제인가는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은 세계사가 입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영어 광풍이 지속된다면 멀지않아 우리말과 우리글은 실종되고, 우리 고유문화도 영어권에 흡입되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잘 산다는 것이 의미가 있겠는가?

결론적인 주장은 대통령은 국가통치자로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CEO는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면 된다. 그러나 국가의 통치자는 기업가적 경영철학만 가지고는 현명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경제적 성장과 분배, 사회적 갈등과 통합, 남북통일 대비, 쇠고기 수입과 같은 외교문제 등을 가지고 고뇌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대통령지지율이 20%대로 수직강하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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