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 호
·군서면 신덕정 출생
·인익스플랜 대표
·그래픽디자이너 ·영암신문 명예기자

 

“불탈 때, 많이 아팠지. 나도 지금 가슴이 아퍼! 남대문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네가 불태워지니 내 가슴도 불태워졌다”

어느 어린아이가 대한민국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된 것을 보고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의 편지를 써 올린 글이다.


610년이 넘도록 모진세월을 겪고도 온전하게 오늘날까지 오래도록 우리 국민들과 함께 꿋꿋하게 자리했던, 국민들에게 당당하게 위엄을 보였던,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자랑이었던 숭례문이 한밤중에 어이없는 방화로 단 5시간 만에 무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온 국민은 처참히 불타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 무척이나 애통했을 것이다. 숭례문이 순식간에 까맣게 타고 무너졌듯이 우리의 가슴도 까맣게 타고 억장이 자존심이 무너졌다. 크게, 한없이... 왜 하필 국보 제1호 숭례문에다 불을 질렀단 말인가? 왜 소방차가 출동하고도 진압을 못하고 태워야만 했던 것인가.


이번 숭례문의 화재를 보고 초등학교 때 처음 소풍을 가보았던 국보 제50호인 도갑사 해탈문이 떠올랐다. 첫 문인 해탈문에 들어서자마자 칼과 창을 들고 눈을 크게 부릅뜨며 곧 해칠 것 같은 사천왕상의 표정을 보고 무척이나 겁을 먹으며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봤던 사천왕상은 누가 그랬는지 한쪽 손이 떨어져나가 없어진 걸 보고 안타까워했다. 그때는 해탈문이 왜 국보가 됐는지 몰랐다. 나중에서야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뛰어난 공법의 건축술로 지은 독특한 양식의 빼어난 건물이라는 걸 알았다.


이런 추억을 갖고 있는 도갑사 해탈문이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지 걱정을 아니 할 수가 없다. 영암에도 여러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국보급이든 지방문화재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문화재는 없다고 본다. 후손들에게 길이 물러주어야 할 문화재가 혹시 무단 방치되거나 무책임하게 훼손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고 되돌아보자.


소화기를 잘 비치해 놨다고 해서 안전을 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잘 보존이 되도록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관심을 갖고 또 관심을 갖는 자세, 그래서 소중한 문화재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물려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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