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영암군의 예산이 최근 1~2년 사이에 많이 늘었다. 세입·세출을 합쳐 올해 3천억 돌파는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살림규모는 민선4기 출범이후 부쩍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군과 비슷한 처지의 타 자치단체와 비교할 때 평균치에도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었지만 반전된 상황에 이르게 됐다. 자체수입이 열악하여 교부세나 국고 보조금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군재정 형편을 감안할 때 단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군재정은 형편없이 열악하여 세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결국 예산을 아껴 쓰고 투자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밝혀진 영암군의 재정운영 실태를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민간단체 등 보조금의 지원사례는 영암군의 방만한 예산운영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지난 2005년 재정운영결과 민간단체 등 보조금 지원이 240억1천만원에 달했다. 이 같은 액수는 동종단체 전국 평균치 91억7천만원에 비해 무려 2배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한 동종 타 자치단체와 형평을 맞췄어야 할텐데도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것은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는 영암지역 사회단체의 보조금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지원, 마을회관 건립 등 민간자본 보조가 포함된다. 심지어 각 문중의 사우보수나 제사비용까지 나눠주고 친목단체에 불과한 단체에도 사회단체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물 쓰듯 해버린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때는 지방선거가 있던 해였던 만큼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구나 상급 감독관청인 행정자치부로부터 벌점을 물어가면서까지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은 타 자치단체에서는 보기 드문 일로, 영암군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행정자치부는 각 자치단체의 건전재정을 유도하기 위해 해마다 전년도의 예산운영 결과를 이듬해 진단 분석하여 벌점(패널티)을 받은 만큼 보통교부세를 깎아 내려주고 있다.

방만한 운영은 예산에 그치지 않았다. 조직도 문제가 되어 2006~2007년 2년에 걸쳐 43억8천여만원을 패널티로 받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줬다. 행정자치부가 설정한 영암군의 공무원 숫자(표준정원)는 562명이었지만, 현원은 700명에 달해 138명이 초과했다. 이 또한 각 지자체 민선 시장군수들의 전횡을 막기 위한 중앙정부의 방책 가운데 하나다. 결과적으로 표준정원을 지키지 않은 댓가로 2005년 15억7천만원, 2006년 28억1천만원 등 2년 연속 43억이라는 손실을 초래한 것이다.

역대 군수가 군민의 혈세를 자신의 쌈짓돈 다루듯 한 것도 모자라 공무원 숫자를 하나둘씩 늘리다보니 정원을 100명이나 훨씬 넘겨버린 것이다. 이 또한 동종 타 자치단체에서는 보기 드문 일로 초과인원이 불과 20~30명 선에 그쳤던 타 자치단체와는 대조적이다. 다행히 지난해 현원대로 정원을 늘려 받아 총액인건비제도가 시행되는 올해 영암군 공무원들이 월급이 깎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패널티라는 불이익도 해소되긴 했지만 찜찜하기는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영암군 전체 공무원의 절반이상이 비공채(특채) 출신이라는 사실에서도 그동안 조직운영이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방만하게 운영돼 왔는가를 입증하고 있다. 특채자의 경우 충성도는 높지만 업무의 효율성이 낮아 조직운용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영암군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자체평가는 눈여겨 볼 대목이다.

어쨌든 민선4기 이전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조직과 예산운용의 허점은 얼마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선거이후 농공행상식 인사청탁이나 각 사회단체들이 여전히 손을 벌리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제 돈도 아니면서…” “전 군수는 ×××했는데…” 라며 볼멘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젠 잘못된 관행을 깨야 한다. 잘 못된 줄 알면서 묵인하는 것은 군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군수의 과감한 결단만이 과거 잘못된 선심행정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또 한번 김일태 군수의 용기 있는 행동을 군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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