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우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의원(현)·중앙승가대학교 총무처장(현)·정신대위안부 나눔의 집 이사(현)·김포불교대학 학장(현)·도갑사 주지(현)
한국의 음식문화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사계절이 뚜렷하며 강수량 역시 벼농사를 하기에 좋은 조건으로서 곡류음식이 주식(主食)이 되었다. 또한 곡류가 많다보니 밥, 죽, 떡, 국수, 술, 식혜, 고추장, 된장 등 곡류 가공식품이 발달하였다. 이런 자연환경 때문에 농어업기술이 발달하여 사계절 해산물이 풍부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이름을 듣고 떠올리는 음식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의 음식으로서 유명한 음식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김치와 불고기다. TV에서 또는 직접 외국인을 만나서 “한국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치와 불고기를 꼽는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김치와 불고기가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일 뿐더러 한국 사람들이 스스로 가장 즐겨 찾는 음식 중 한가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시대, 음식위생은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숟가락, 젓가락을 다 사용한다.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데 사용할 땐 숟가락을 식탁에 놓고 젓가락을 들고 먹고 젓가락을 식탁에 놓고 숟가락을 들고 먹는다. 이게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 식사예절이다.

그런데 이럴 경우 숟가락에 묻어있던 찌꺼기가 식탁에 놓이면서 식탁에도 묻는다. 젓가락으로 바꾸고 다시 놓을 때도 묻는다. 지극히 비위생적이다. 처음 식사할 때 수저가 받침대에 놓여있고 식사 후에도 받침대 위에 놓여있는 식생활 문화의개선이 필요하다.

사찰의 바루공양은 대단히 위생적이다. 4개의 발우 중 밥을 담는 가장 큰 것을 “불발우(어시발우)” 국을 담는 것을 “보살발우” 찬을 담는 것을 “연각발우” 물과 함께 수저를 담는 것을 “성문발우”라고 부르는데, 깨끗한 물이 담긴 성문발우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음식은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음식은 아직 세계화가 덜돼 안타깝다. 우리 전통음식 중 세계에 내놓을 만한 음식을 발굴 개발하고 재료의 채취 보관 및 요리방법에 이르는 요리지식을 공유하면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음식의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

서양음식하면 포크와 나이프가 연상된다. 반면 동양음식은 숟가락과 젓가락이 연상된다.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 중에는 사찰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쓴 발심수행장에 있는 수행자의 음식에 관한 글을 소개한다.

산사가 있는 높은 산과 험한 바위가 있는 곳은 지혜 있는 수행자가 살 만한 곳이요(高嶽巖, 智人所居), 푸른 소나무가 우거진 깊은 골짜기 또한 수행하는 사람이 머무를 만한 곳이다(碧松深谷, 行者所捿).

배고프면 나무 열매를 먹어 주린 창자를 위로하고(飢木果, 慰其飢腸), 목이 마르면 흐르는 물을 마셔 그 갈증을 식힌다(渴飮流水, 息其渴情).

좋은 음식을 먹고 애지중지 보살피더라도 이 몸은 반드시 무너질 것이며(喫甘愛養, 此身定壞), 비단옷을 입어 보호하더라도 이 목숨은 반드시 마칠 때가 있는 것이다(着柔守護, 命必有終).

사실 수행자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중에 으뜸으로 불가에선 식욕을 꼽는다. 그래서 사찰음식은 생으로 먹을진대 익혀서 먹는다는 건 사치일 수도 있다. 사찰음식은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고 양념도 절제해 자연에 가깝게 조리해야 한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때문에 웰빙식으로 각광을 받을만 하다. 그래서 재료에 맛과 향이 최대한 살아있어야 한다. 양념을 여러가지 넣거나 재료도 여러가지를 혼합해 제3의 맛을 내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시각적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본래의 자연 색을 다른 색으로 착색해 눈을 현혹시키는 것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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