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예나 지금이나 벼슬은 좋은 것이다.
지위가 높아서 모두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는 급료가 지급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요약하자면, 명예도 얻고 생활도 넉넉하니 그 이상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지위가 높은 고관이거나 큰 권력을 지닌 벼슬이라면 더욱 얻고 싶고, 얻고 나면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일반적인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벼슬은 새로 임명되거나 재직기간 보다는 오히려 그만 두는 순간이나 해임된 이후의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설파했다. 임명받은 벼슬은 언젠가는 그만둘 수밖에 없으니, 해임되었다고 애석하게 여기거나 연연해하지 말라는 것이 목민심서 ‘해관(解官)’편에 나오는 첫 번째의 주장이다.

중국의 진(晋)나라 때 도연명이 “다섯 말의 쌀 때문에 허리를 꺾어 시골의 조무래기를 섬길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귀거래사’를 읊으며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이야기는 벼슬에 연연하지 않는 당당한 옛 선비의 모습을 다산은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은 그만 둔 장관을 욕하고 장관을 지낸 사람은 또 대통령과의 사이를 벌리면서 서로 네 탓만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국회에서는 그도 모자라 각 정당과 제 정파의 당리당략에 따라 춤출 뿐 시급한 민생·개혁 법안 처리는 결실을 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당과 국회의원이 너나 할 것 없이 국회의 본 업무인 법안심사와 입법보다 차기 대선과 총선에서의 정치적 입지 확보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 영암지역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지역발전의 새 전기가 될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의 핵심인 F1대회 준비가 시작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의 염원을 무시한 채 ‘F1특별법’의 6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돼버린 것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지난 26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 선출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나흘전 심사를 마친 ‘F1특별법’ 의결은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로써 전남도가 계획하고 있는 F1경주장 7월 착공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농림부 소유인 F1경주장 예정부지 토지사용승낙 여부가 7월 착공, 나아가 F1대회 개최의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F1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시행령과 상관없이 부칙으로 토지사용 효력이 발생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특별법 제정여부와 별도로 7월 착공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국공유재산관리권을 가진 기획예산처와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상당부분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도 쉽지만 않다. 오는 2010년 F1대회 개최 때까지 절대 공기(工期)를 감안하면 7월 착공이 ‘마지노선’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이처럼 급박한 처지를 감안해 지난 25일에는 영암지역 사회단체대표 및 회원과 지역주민들이 총궐기하고 나섰다. 영암군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28일 주요 법안의 조속한 국회처리를 요청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국회는 정당과 정파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권 때문에 영암군 발전의 새 전기가 될 F1특별법이 더 이상 표류해선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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