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우리 인간들은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갖고 있다. 조상으로부터 부여받은 이름은 호적에 올려져 자손만대에 이르게 된다. 도로명이나 교량명칭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본다. 더욱이 사람이름과는 달리 한번 지어진 도로나 교량 등의 명칭은 역사성, 문화성, 지역적 특성 등이 담겨져 있는 문화유산으로, 처음부터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본격 공사에 들어간 무영대교(가칭)도 마찬가지다. 무안군 일로읍 청호리에서 영암군 학산면 매월리를 잇는 이 다리는 길이가 860m, 폭 26.6m로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하며 공사기간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로 돼있다. 그런데 아직 확정된 명칭은 아니라는 영암군 관계자의 전언이지만, 우선 설계상 필요에 의해 지어진 이름이 부지불식간에 굳혀져 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년 후인 2010년 준공될 시점에서 최종적으로 붙여질 다리명칭은 ‘영암대교’라야 한다는 것이다. 무안 쪽에서 보면, 지역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큰 다리는 모두가 지역의 상징성을 띄고 도착지점의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시 말해 해남과 진도를 잇는 다리를 진도대교, 여수와 여천(돌산)을 잇는 다리를 돌산대교, 하동군과 남해군을 잇는 다리를 남해대교라 칭한 것이 그 단적인 예에 속한다.

앞서 말한 다리는 모두가 시발점 보다는 도착지점의 명칭을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지역색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수개월 전에도 본란을 통해 주장했지만, 사통팔달의 중심에 있는 영암은 지역경제의 구심점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주변 시·군에 흡수되어 묻혀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적시한 바 있다. 군민들의 무관심과 얄팍한 상혼이 혼재되어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이름마저 빼앗기는 수모를 겪고 있음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비록 소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제부터서라도 지역의 자존을 지켜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시 화제를 돌려, 영산강 호수를 가로지르는 무영대교는 전남도청이 이전된 남악 신도시에 인접한 교량으로 미관을 충분히 고려한 국내 최대의 6경간 연속 ‘엑스트라도즈교’라는 것이다. 호수 주변에는 휴게소도 들어설 계획이다. 한마디로 관광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조감도에서 본 야경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따라서 이 다리가 준공되면, 전남도청의 민원인은 물론 관광객들의 드라이브코스로 각광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또한 목포시 관내 국도대체 우회도로로 이용되어 전남 서남부지역 및 대불산단의 물동량은 대부분 이곳을 통과할 것으로 보여 영암을 알리는 또 하나의 호재로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큰 역할이 기대되는 다리 이름을 누구 한 사람, 이의 제기하지 않고 수수방관한다는 것은 지역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다. 지난해 2월 영암군에서도 주민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지만,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불과 10여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도 우리 군민들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반증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단순히 무안과 영암을 잇는 뜻에서 ‘무영대교’라 불리도록 좌시한다면 우리 영암군으로선 너무 큰 손실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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