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5월 18일, 또 그날을 맞는다. 올해로 벌써 27주년째다. 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정치권의 참배행렬이 광주로 몰리고 있음을 언론은 전한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광주로 이끌고 있다.

참배를 빌미로 광주에 모여든 정치권 인사들의 진짜 속내는 뭘까. 80년 5월, 민주사회를 염원했던 전라도 사람들의 여망은 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 이 땅에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 이 땅에 이 만큼의 민주사회를 열게 된 것은 80년 당시, 5월 영령들의 희생 위에 이룩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수천의 피와 희생은 이후 군부 독재 타도의 힘이 되었고 6월 항쟁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그 전리품은 고스란히 정치권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의 움직임은 어떤가. 그들이 외쳐대고 있는 대통합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겉으론 통합을 외쳐대면서 속으론 주판알을 튕기며 미적거리고 있는 그들이 과연 5월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자임하고 나설 수 있는가. 자신의 안위와 영달에 혈안이 돼 있는 ‘꼼수정치’를 언제까지 감출 수 있다고 보는가.

더욱이 요즘 벌어지고 있는 정치판의 모습은 한국 정치의 아이러니다. 그 출발은 대선을 앞두고 집권당이 사라지면서부터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여당임을 포기하면서부터 ‘탈당파’와 ‘사수파’, 그리고 친노(親盧)파와 비노(非盧)파로 갈라서면서 대립과 갈등이 심화됐다. 국민의 귀에 탈당파와 사수파는 그 용어부터 생소하기 그지없다. 여당이 없어지면서 대통령제 정당정치의 기본인 책임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더욱 가관인 것은 통합신당모임이 여권 대통합을 대의명분으로 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당을 창당한 것이다. 신당을 만든 후 다시 통합신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통합 운운하고 있지만 국민 눈에는 우습기만 하다. 잇단 탈당과 분당에 이은 통합 주장 그리고 당 해체와 사수 논쟁 모두가 국민에게는 12월 대선용보다는 내년 4월 총선용으로 비치고 있음을 그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건국 이후 지난 60년 간 한국 정치사는 험난한 역경을 헤쳐왔다. 그리고 이제 한국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각 정당의 잦은 분당과 창당으로 인한 정치권 이합집산, 당선 지상주의에 중독된 철새 정치인, 정당정치가 아닌 패거리 정치, 돈 공천과 정실인사, 지역감정, 정경유착, 비리 정치인에 대한 잦은 사면 등 옛 정치의 폐단을 말끔히 쓸어내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국민은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결코 이와는 무관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민 스스로 깨달을 때가 왔다. 결국 국민이 깨지 않으면 이런 ‘난장판 정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라도 사람들은 임진왜란과 일제하 의병운동, 학생독립운동, 동학농민혁명 등 역사의 고비마다 들불처럼 일어서 나라를 지키고 국기를 바로 세웠다.

1980년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에도 분연히 일어나 민주화를 쟁취하는 밑알이 됐다. 광주가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 잡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님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자리에 꼼수정치를 일삼는 인사들이 활보하는 것은 죽은 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해마다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 과연 정치권 인사들에게 무슨 의미를 던져줄까.
5·18 27주기를 맞아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도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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