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우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의원(현)·중앙승가대학교 총무처장(현)·정신대위안부 나눔의 집 이사(현)·김포불교대학 학장(현)·도갑사 주지(현)
5월은 청소년의 달이자 어버이날이며 가정의 달이다. 청소년들은 구만리장천의 푸른하늘을 바라보며, 청운의 꿈과 생애 계획표를 설계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해 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양서를 읽고 선배, 은사, 부모님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소년이여! 큰 꿈을 품어라 “Boys, be ambitious!”라는 말을 되 뇌이면서 가슴에 닿는 효(孝)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희망과 꿈을 주는 에머랄드빛 이 화창한 5월의 산하대지에는 벗꽃·진달래·목련 등이 흐드러지게 피는 글자 그대로 ‘계절의 여왕’이라 할만 하다.

이 계절에 하늘만큼이나 맑은 영혼을 간직하기를 바라면서 반포지효(反哺之孝)하는 까마귀의 교훈을 건네주고 싶다.

까마귀란 새는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흉조(凶鳥)로 알려져 있다. 해질녘 음산하게 울어대는 “까악 까악” 소리는 곧 죽음을 상징하는 소리로 비춰져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우리 선인들은 옛 시조 속에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하면서 상대 못할 수준 낮은 자를 비유하는 말로도 사용하였다.

그렇지만 이런 까만 까마귀가 효심이 지극한 아름다운 동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까마귀의 어미는 자기 새끼를 정성으로 기르지만, 늙어서 거동이 불편하면 다 자란 새끼가 어미 새를 먹여 살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름도 자오(慈烏: 인자한 까마귀)혹은 효조(孝鳥)라고 하고 있다. 까마귀의 되먹이는 습성(習性)에서 반포(反哺)라는 말이 나왔으며, 이는 지극한 효도를 의미하고 있다. 그러므로 까마귀는 겉은 검어도 속은 눈처럼 흰 새라 할 수 있다.

까치나 까마귀에 대한 인식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거의 같다. 보통 까치는 길조, 까마귀는 흉조라고 인식한다. 까마귀는 음침한 울음소리와 검은 색깔로 멀리 하는 새이며, 좋지 않은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또한 까마귀는 시체를 먹는 불결한 속성이 있어 까마귀밥이 되었다고 하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까마귀는 불길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인간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간과할 수 없는 습성도 있다.

명(明)나라 말기의 박물학자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까마귀 습성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까마귀는 부화한 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이후 새끼가 다 자라면 먹이 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효는 백행(百行)의 근본’ 이라는 말처럼 이제부터라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면 전통적 ‘효 정신’을 현대에 맞게 되살려 나가는 슬기가 요구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울이며 동시에 아이들은 어른들의 징표이다. 그러므로 부모 자식간의 태어남과 사랑의 숭고함을 가르치고 부모님의 사랑에 보은하도록 하는 효 교육은 인성교육의 근본이다.

조선중기 고승인 진묵대사는 전주 봉서사에서 출가하여 일출암으로 옮긴 뒤 아랫마을에 어머님을 모시고 드나들면서 극진한 효도를 했다. 불가에서 허용하지 않는 속가의 인연까지 생각하며 수행과 효도를 함께한 효승이요, 도승이다.

한번은 전주 왜막촌에서 노모를 봉양하는데 모기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위해 산신령을 불러 모기 쫓기를 부탁했다. 그때부터 왜막촌에는 모기가 없다고 전해오고 있다.

우리들은 현대의 풍요로운 물질문명 세계를 살고 있다.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풍요로운 물질의 크기나 속도 등을 행복의 시금석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미 ‘문화지체(文化遲滯)’라는 말로 대변하듯이, 인간성 상실과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경로효친 미풍양속의 쇠퇴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음도 눈여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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