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의 한 바닷가. 따사로운 햇볕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때 마침, 먼 바다에서는 긴 띠 모양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 하면서도 신기한 듯 바라만보고 있을 뿐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점차 가까이 다가온 파도는 엄청나게 높아져 있었다. 갑자기 밀려든 파도는 수많은 사람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사람들은 피할 틈도 없이 파도에 휩쓸려 버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상 최악의 쓰나미는 그렇게 일어났다. 수마트라 난바다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원인이었다.

지구촌은 온통 충격에 휩쌓였다. 동시에 슬픔과 애도의 물결이 줄을 이었다. 이날 인도양 연안의 여러 나라를 강타한 쓰나미의 대재앙은 16만 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다는 보고가 나왔다.

그동안 지구촌에서 발생한 재앙 중에 상상을 초월한 피해였다.
쓰나미. 해안(津)을 뜻하는 일본어 쓰(tsu)와 파도(波)의 나미(nami)가 합쳐진 말로, 우리말로는 ‘지진해일’로 풀이된다. 주로 해저 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갑작스런 해일파를 말한다.

이는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1세기에 대두되고 있는 자연재해 중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로 등장한 것이 바로 쓰나미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도 예측하기 어렵고, 발생하더라도 가까이 오지 않는 이상 위험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인간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3월 31일. 우리 영암군의 최대행사라 할 수 있는 왕인문화축제의 개막식을 알리는 폭죽이 성기동 밤하늘을 수놓던 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임박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14개월간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한미 FTA 협상이 막판 조율에 들어가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는 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전해지고 있었다.
이튿날, 월출산 아래 영암을 비롯한 한반도에는 황사까지 덮쳤다. 마치 쓰나미가 인도양 연안을 강타하듯 뿌연 황사는 봄나들이에 나서려는 도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아 놓고 말았다. 호흡기 질환 등 건강을 염려한 도시의 엄살족(?)들을 집에 머물게 해버린 것이다. 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바람까지도 한몫을 거들었다. 그래서 연중 최대행사인 우리 영암의 왕인문화축제는 시작부터 김을 빼놓아 버렸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또 다른 재앙이었다. 잔인한 4월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그 잔인한 4월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정부가 전쟁의 승리를 위해 낙오된 패잔병 따위는 그리 신경 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빅딜이 이뤄져버린 쇠고기 수입 등이 그 예다. 물론 무조건 빗장을 걸어 잠그자는 얘기는 아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선택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FTA 타결을 두고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타도대상으로 삼았던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는 마치 개선장군처럼 극찬을 하고 있다. ‘역사에 남을 대통령’운운하며 낯간지러울 정도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묻고 싶다. 정부의 숫자놀음에 함께 놀아나는 보수언론 그리고 보수 정치권, 그들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농촌의 실정을 얼마나 알면서 춤을 추는지 말이다.

4월, 황사와 함께 들이닥친 쓰나미의 폭탄을 왜 농민들만 몸으로 안고 자폭해야 하는지 너무 잔인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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