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우리가 살고 있는 ‘영암’이 언제부턴가 ‘목포’에 예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삼호에 있는 대불산단이 부지불식간에 목포의 대불산단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도 그 단적인 예다. 지리적으로 엄연히 영암땅에 위치해 ‘영암 대불산단’이 분명함에도 언제부터인가 ‘목포 대불산단’으로 인식돼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은 대불산단을 일컬을 때 목포가 아닌 영암으로 정정해 불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져 ‘영암 대불산단’으로 불려지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수도권 등지에서는 ‘목포 대불산단’으로 인식이 깔려 있으며, 어쩌면 그 여세는 점차 더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대불산단에 입주해 있는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목포’ 지역을 앞세우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여기에 목포지역 상공인들의 모임인 목포상공회의소가 대불산단 입주기업들을 적극 끌어안고 가면서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간에 대불산단을 일컬을 때‘목포’를 앞세우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대불산단 활성화 등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시·군간 영역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어디로 불려지든 간에 그게 무슨 대수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또한 별것 아닌 걸 가지고 영역다툼으로 비쳐질 수 있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물론이다. 그와 같은 소아병적인 사고는 철저히 배제돼야 하고 앞으로 꾸준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통팔달의 중심에 있는 영암은 지역경제의 구심점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주변 시·군에 흡수되어 버리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암’이라는 지명마저 ‘목포化’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소홀히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지금은 지자체도 ‘상품화’ 시대가 아닌가. 지역을 알리는 데 기관명칭 만큼 더 좋은 소재가 어디 있는가.

목포공항을 상기해보라. 개항 당시 영암공항으로 불려졌다면, 지금 영암군의 위상이 어떻게 변모됐을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포공항이 당연히 목포에 있는 줄만 안다. 심지어 영암사람들까지도...필자도 6년전 귀향하기 전까지 그렇게 인식했으니까 말이다.

민선4기 들어 난립된 지역의 농산물브랜드 통일화 작업을 벌이는 것도 모두 우리지역을 보다 널리 알려 소득을 극대화 하자는 취지가 아니겠는가.

또 지금 우리지역에 대학이 두 곳이나 있지만, 그들이 지역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얄팍한 상혼에 젖어 있는 이들 대학은 학생모집에 혈안이 되어 마치 목포에 소재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 가야할 대학들이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최근에는 정보통신부 산하 우편집중국이 대불산단에 들어설 예정이지만, 이곳 또한‘목포’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영암군민의 자존심을 깔아뭉개고 있다. 기존의 우편집중국이 모두 도시 지역명을 사용해왔다는 점이 하나의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인접 군에서 반발할 것을 우려해서란다.

말로는 ‘혁신(革新)’을 외치면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행태는 무엇인가. 당연히 소재지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데 인근 지역에서 반발할 이유는 또 뭔가.

이 모두가 지역의 자존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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