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3월. 제2의 시작이다. 각급 학교의 입학식과 더불어 새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마침내 봄이 열리는 달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굳이 춘(春) 자(字)를 덧붙여 ‘춘삼월’이라 불렀던 것도 봄을 알리는 대목이 아니던가. 아직은 이르긴 하지만 두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가벼운 봄옷을 꺼내 입는 기쁨도 있다. 월출산 자락의 이름모를 나뭇가지들엔 벌써 생동감을 안겨준다. 나뭇가지 끝에 돋아나는 새싹이 신비스러울 지경이다. 그래서 설레임이 더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마음도 바로 이 때다.

얼마 전, 중국의 북경을 다녀왔다. 춘절(春節)을 맞은 북경의 거리는 다소 한산했다. 우리나라의 설(구정)처럼 중국인들의 최대 명절은 음력 1월1일(양력은 1월 하순에서 2월 중순)을 쇠는 춘절이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로써 ‘과년’(過年)이라고도 하는 이 춘절은 중국인들이 가장 중요시하고 가장 마음 편하게 지내는 명절이다. 때문에 중국대륙에서는 공식적으로 3일간의 연휴가 있지만, 지방별로 10일에서 2주 이상 쉬는 곳도 있다.

때마침 필자가 방문한 북경에서도 보름간의 춘절 연휴로 인해 시내교통이 그리 번잡스럽지 않았다. 평소에는 교통체증이 매우 심해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한다는 전언(傳言)이고 보면 오히려 한산하다는 느낌이다. 대신에 도시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기차나 버스 등의 교통편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 중국이 귀성인파로 몸살을 않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되어 종종 세계의 토픽 뉴스감에 오르기도 한다.

각 지방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고향의 집에 모여 조상에 제사도 지내고 일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대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의 설 명절 문화를 보면 우리나라의 전통 민속명절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듯 하다.

그런데 나날이 변모하는 중국의 변신이 눈에 띈다. 내년도 올림픽 개최지의 북경은 마치 잠자던 공룡이 용틀임하는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건설현장은 대국적인 위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중국은 지금 매년 9%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과거 7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에 버금가는 성장 속도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지구촌에 커다란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국의 경제성장은 지구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인구 13억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비로소 부활의 용틀임을 시작한 것이다. 선저우 6호의 성공적인 발사, 2008년 올림픽 개최, WTO 가입 등 중국은 다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기 위해 거침없이 행진하며 21세기 ‘신(新) 중화’ 시대를 열려 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2002년부터 무려 3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가면서까지 동북공정(東北工程)의 국가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신중화’ 시대를 열려는 중국을 우리는 어떻게,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왠지 두려움이 앞서는 건 필자만의 괜한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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