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설을 앞두고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는 기관단체 및 개인들의 온정이 세밑 한파를 녹이고 있다. 각박한 세태 속에서도 우리 사회에 희망의 싹을 틔워가고 있는 이들의 선행을 보면 아직도 살맛나는 세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는 아직도 찾아갈 고향이나 반겨줄 이웃조차 없이 지독한 가난으로 추위에 떨며 한숨짓는 사람들이 많다. 다리 한번 편하게 펴보기도 힘들어 보이는 쪽방에서 외로운 노년기를 고독하게 홀로 보내는 독거노인들, 소년소녀의 어린 몸으로 생업전선에 나선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의 사랑도 모른 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내맡겨진 아이들,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원의 어린애들, 양로원에서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인생을 마감해 가는 노인 등등.

공무원들이 올해는 토·일요일을 끼고 있는 설 명절로 연휴기간이 대단히 짧아져 버린 것을 한가로이 탓하고 있을 때 이들 소외계층들은 상대적 빈곤에 치를 떨고 있을지 모른다.

엊그제 무안군 남악리 전남도청 앞에서 무 야적시위를 갖고 2006년산 가을 저장무, 배추를 추가수매해 폐기처분하라는 영암 나주 해남 무안지역 채소재배 농민들의 절규(絶叫)도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가격파동에 빚만 쳐지는 농민들의 애처로운 삶을 과연 누가 얼마나 알아주겠는가.

대도시의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 등엔 넘치는 상품전으로 열기가 뜨겁지만, 찬바람 맞아가며 외치는 피맺힌 농민의 외마디는 허공만 맴돌 뿐이다.

그럼에도 작금의 정치현실은 어떤가. 물론 정치권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새해 들어서도 여야 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준적은 별로 없다. 여당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당창당과 탈당소식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민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마치 대권고지를 선점이나 한 듯 대선후보 경쟁으로 정신이 없다. 국민보다는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도 차기 대선과 총선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민보다는 정당이나 정파의 이익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나 영달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정치판의 이런 풍경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울한 명절을 보내야만 하는 이들에게 정책적인 해결방안은커녕 계속해서 실망만 안겨주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거꾸로 가는 경제를 자꾸 걱정하는 것도 날이 갈수록 난장판이 되고 있는 정치를 바라보면서 그 도는 더해진다. 정치야 어찌됐건 경제만 잘 돌아가면 그만이라고 자위도 해보지만 못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것이 그동안의 실상이고 보면, 기댈 곳이 없어진다.

정권쟁취를 위해서는 100년 정당이라던 당까지도 미련 없이 깨면서 이합집산 하는 정치인들이고 보니 앞으로 대선이 끝날 때까지 경제정책을 또 얼마나 휘저어 놓을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여하튼 이제 설 명절 연휴를 보내고 나면 곧 3월이 오고 추위도 물러갈 것이다. 그러면 훈풍의 봄은 어느덧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이다. 봄날 아지랑이와 함께 찾아올 따뜻한 그날을 기대하며 설 명절을 맞아 나눔의 미덕으로 서로 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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