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구 열전 2 ․ 삽
1.
말갛게 씻은 얼굴 비스듬히 쉬고 있네
사랑채 디딜방앗간 해삭은 흙벽에 기대어
아버지 어깨마루 타고 한평생 들판을 오가던 삽 한 자루
균형 잡힌 양 어깻죽지 든든하구나
얄팍하면서 넉넉한 몸매에
날렵하게 굽이쳐 빛나는 삽날이
금방 땅심을 찢어 파고들 기세인데
한쪽 죽지에 오른발 내딛고
힘주어 눌러대면 잽싸게 흙가슴살 헤집으며
흙찰밥 한 사발씩 퍼 올리느니
그 자리에 우리 식구 밥상이 차려졌네
2.
눈코 뜰 새 없는 농사철이면
목마른 물살 살랑살랑 드나드는 물꼬 삽
땡가뭄 무논에 스며드는 물줄기 밤새 바라보며
아버지,한데 수심처럼 쭈그려 앉아 있을 때
논두렁에 붙박여 서서 시름 함께 나누는 그림자더니
아버지 삽자루 손 놓아 버리시던 날
내 손에 들려 이승 끝 방바닥 고읍게 다지고
관 위에 한 지게 흙눈물을 쏟아 묻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