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혜 숙   

  (사)한국부인회 영암군지회장
 

정부는 지난 2월 4일 필수의료 보장과 재정적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 등이 담긴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현재 지방 소도시는 소아과, 산부인과는 찾아보기가 힘들고 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도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필수의료에 대한 공급대책이 이번 계획에 포함되어 있어서 늦었지만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이 순조롭게 이행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보험료 인상 등 수입의 확대도 필요하겠지만 내가 낸 보험료가 새는 곳은 없는지 지출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사무장병원’은 여전히 척결되지 않고 있다.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은 개설 자격이 없는 자가 의사를 고용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무자격자가 약사의 면허를 빌려 약국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기관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병의원이나 약국처럼 똑같이 의사가 진료하고 약사가 약을 조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일반 국민이 구별하기는 어렵다. 장례식장 시신확보를 위해 인공호흡기 부착환자에게 산소투입량을 줄이고, 의료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결박하여 관리하고, 병의원 불법증축 등으로 화재가 발생하여 많은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은 대표적 사례로 이러한 사무장병원은 영리추구에만 몰두하여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정 누수로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어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09년~2021년까지 의원 657곳, 요양병원 309곳, 한의원 232곳, 약국 240곳 등 총 1천698곳을 불법개설기관으로 적발하였고 불법행위로 인한 공단이 환수 결정한 금액은 3조4천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환수금액은 2천3백억 원으로 6.9%에 불과하였다. 연간 2천억 원의 재정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 권한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단속과 환수의 모든 과정을 건강보험공단이 수행하여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이다. 그동안 불법개설기관 단속을 위해 경찰, 보건복지부, 지자체 특사경이 노력하고 있으나 현행 법체계에서는 수사 기간 장기화, 낮은 송치율 등으로 단속의 효과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그동안 복지부의 행정조사 업무를 지원하는 등 사실상 전반적인 단속업무를 실시한 경험과 조사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심기관 분석시스템을 구축하여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공단 특사경은 일반 경찰과 달리 불법개설기관 수사에 한정되기 때문에 신속하고 집중적인 수사가 가능하고 공단에서 보유한 과세자료 등 빅데이터를 영장청구 없이 곧바로 수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신속하고 집중적인 수사는 현재 11개월 이상 걸리는 수사 기간을 3개월 정도로 앞당겨 불법 행위자들이 폐업하거나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을 은닉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속한 증거확보로 40%에 불과한 송치율도 향상시켜 연간 최소 2천억 원 이상 재정 누수를 방지 할 수 있다. 이렇게 절감된 재정은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실행을 뒷받침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공단의 특사경 도입으로 일반병원의 부당청구에 대한 수사 권한까지 확대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으나 공단에 특사경이 부여되더라도 불법개설기관의 범죄행위만 수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복지부 장관이 특사경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하여 정당한 의료기관들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현재 공단의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를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몇 년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불법개설기관에 의한 폐해의 피해자는 국민 모두이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을 근절하여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가 새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국민이 안전한 환경에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특별사법경찰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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