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유학생 29명 전복 양식장 강제노동
등록금도 총장 아들 회사로…‘횡령’ 의혹도
불법 입학·취업 사기…외교 문제 비화 조짐
대학 측, 한겨레 보도 사실과 다르다 해명

세한대(구 대불대)가 인력중개업체와 짜고 무자격 외국인들을 불법 입학시킨 뒤 등록금을 받아내려다 법적 분쟁으로 번져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세한대는 지난해 9월 동티모르 유학생 29명을 영암 캠퍼스의 자유전공학과에 입학시켰으나 전복 양식장에서 일하게 된 동티모르 유학생 20여 명이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 못해 주한 동티모르 대사관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이 과정에서 학비와 중개료 회수가 어려워진 대학과 중개업체 사이에 책임 소재를 두고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 유학생들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입학을 알선한 중개업체에 이끌려 인근 진도군에 있는 전복 양식장에 취업했지만 근로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취업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취업시킨 인력중개업체는 세한대의 동티모르 현지 유학생 모집 과정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티모르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과정에서 세한대는 비자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발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 지침상 한국에 오는 유학생은 먼저 학교에서 표준입학허가서를 발급받고, 이를 근거로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입국사증(비자)을 받아야 한다. 입학허가서 발급을 위해서는 등록금 완납이 필수이지만, 세한대는 인력중개업체로부터 등록금의 일부만 대납받은 상태에서 입학허가서를 내줘 불법 입학시켰다는 것.

한국에 온 동티모르 학생들은 학비와 입국알선료 조달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전복 양식장처럼 작업환경이 거칠고 노동강도가 센 곳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국과 입학 과정 모두가 불법이었던 탓에 업체가 제시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된 동티모르 대사관은 지난해 12월 현지 조사를 벌였고, 동티모르 학생들은 이 조사를 전후해 양식장 일을 그만뒀다.

인력중개업체는 학생들이 일을 그만두면서 대납한 등록금 2천9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이승훈 세한대 총장을 횡령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세한대가 인력중개업체와 짜고 벌인 동티모르 유학생 불법 입학·취업 사기 사건에 직전 주동티모르 대사를 지낸 김 모 교수의 현지 인맥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한대는 김 교수를 통해 동티모르 대통령 등 정관계 고위직과 면담 기회를 마련한 뒤 동티모르 학생들이 한국에서 학업과 취업을 병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속여 대규모 유학생을 유치하려고 했다는 것. 주한 동티모르 대사관이 유학생 면담과 현장 확인 등에 나서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인력중개업체와 짜고 동티모르 유학생을 불법 입학시킨 세한대가 인력업체가 선납한 등록금을 총장 아들이 대표로 있는 가족회사를 통해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후속 보도했다.

세한대 교수노조(위원장 이효인)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세한대는 동티모르 유학생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밝혔다. 또 이효인 위원장은 “동티모르 유학생은 빙산의 일각이다. 규모가 훨씬 큰 대학원생, 특히 중국 유학생의 입학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세한대학 측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내용의 발단은 동티모르 유학생 유치 업체가 학생등록금을 약정한 대로 납부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일이며, 소위 전복 양식장 강제노동 역시 사실과 다르며, 이는 유학생 유치 업체에서 선납한 학생등록금을 받기 위하여 해당 유학생과 개별적인 약정을 통하여 실시한 것으로, 학교 측에서는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나 학생들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94년 삼호에 대불공과대학으로 시작한 세한대는 개교 20주년을 맞아 지난 2013년 6월 현 세한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바 있다. 세한대는 2010년 교육부에서 대학교 일부 이전계획 승인을 받아 당진 캠퍼스(충남 당진시 소재)를 개교해 예능계열과 공학계열을 시작으로 많은 학과가 당진 캠퍼스로 이전했으며 현재 삼호에 있는 본교는 영암 캠퍼스로 전락해 보건 등 일부 학과만 남아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다.

전남의 대표적인 족벌 사학인 세한대의 현 이승훈 총장은 설립자인 이경수 전 총장의 아들로 과거에도 학교 돈을 횡령한 혐의로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2008년에는 교비 횡령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총장직에서 물러났다가 2년 뒤인 2010년 복귀해 지금까지 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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