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홍    

 전 영암군 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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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이란 말이 있다. ‘여우가 죽을 때 제가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뜻이니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본향을 그리워하고, 특히 객지에 있거나 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그리운 것이다. 이는 고향이 자신이 태어난 곳이어서만이 아니고, 그곳에 윗대 조상과 가족, 이웃 친지,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낯선 땅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더 반가우니,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는 말은 이를 이르는 말이다.

내 고향, 영암은 아름다운 고을이다. 더하여 신비로운 고을이다. 남쪽 금강산이라는 월출산은 달을 낳는 산이니,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땅의 정기를 가득 품은 고을이다. 그렇게 사방 백여리에서도 바라보이는 월출산은 한반도 남쪽의 성스러운 산으로 최고 봉우리는 천황봉이라 하여 뭇 산들의 존경을 받는다.

어떤 이는 영암 사람은 산천의 정기를 받아 참으로 행복하다고 부러워하니,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신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영암에 살면 누구나 신선 아니겠는가? 그리 생각하면 영암의 노인들은 신선도 그림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산길에서 호랑이를 거느리고 큰 지팡이를 짚은 산신령일게다. 아름답게 태어나 곱게 늙는 게 사람의 인생사에서 가장 큰 복이라면 우리 영암 사람들은 월출산 하나만으로도 그 복을 받은 셈이다.

되돌아보면, 영암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나이가 들어 대한노인회 영암군지회에서 노인대학장으로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으니, 참으로 보람있는 삶을 살았다고 여겨진다.

대한노인회 영암군지회는 1975년 8월 25일 설립허가를 받아 영암읍 남풍리에 사무실을 개소하였고 1981년 1월 1일 대한노인회 전라남도연합회 영암군지회로 개편하였다. 그러다 1983년 1월 1일 아름답고 신비로운 월출산 아래 노인복지관을 건립하여 사무실을 이전하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경로당 수 456개, 회원 수 1만4천390명으로 영암군 노인들의 구심점이 되었다.

주요활동으로는 서예교실 운영, 노인자원봉사클럽운영, 지회 노인복지회관 위탁급식 운영을 하였고, 연1회 노인친선 한궁대회, 노인게이트볼대회도 개최하였다. 무엇보다도 영암노인회의 자랑은 찾아가는 노인대학이었다. 2006년 영암군지회에서 전국 최초로 운영을 시작한 ‘찾아가는 노인대학’은 교통이 불편하거나 건강상 노인복지회관까지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강사진이 직접 영암의 2읍9면을 순회하며 교육하는데, 널리 알려진 우수한 강사진을 초빙하여 찾아가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어르신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전국 최초로 운영되었던 찾아가는 노인대학은 우수한 강사진을 초빙하여 노인의 건강 상식과 국내·외 정보 등 이론교육과 현장 교육을 병행하였는 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회를 바르게 인식하고 노인의식과 문화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때 학장으로 재임하면서 ‘존경받는 노년생활’ ‘컴퓨터는 내친구’ ‘나의 행복찾기’ 등의 주제로 강의를 하고 컴퓨터 7대를 기증해 영암군 노인대학 카페를 개설 운영하며 컴맹퇴치에 힘썼다. 

우리 노인의 남은 생은 여생(餘生)이 아니다, 살고 남은 인생이 아니고 당연히 살아야 할 본생(本生)이다. 현재를 100세 시대라 하니 아직도 우리는 긴 세월을 본생으로 남겨놓고 있다.

이 때에 영암군지회의 일을 짊어지고자 곧 있을 제15대 노인회장 선거에 나서려 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뜻을 접으면서 대한노인회 영암군지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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