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병 길    

 군서면 원마산 마을
​​​​​​ 베트남 참전 국가유공자
 영암읍 순복음교회 은퇴장로

지난해 11월 11일(토) 오후였다. 수도권에 사는 둘째 아들 가족과 함께 기찬랜드 국화축제에 구경을 갔다. 어느 해보다도 정성을 다하여 꾸며져 있는 것 같다. 마침, 가수 현진우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모여 듣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을 보고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거의 외지 사람인 것 같다. 구경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하여 읍내 식당으로 이동 중에 실내체육관 앞에 여러 대의 관광차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어릴 때 서울에 상경하여 고생 끝에 사업에 성공한 시종 출신 김현재 선생께서 고향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올해는 특별히 시종면에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까지 장학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돈을 힘들게 벌어 보람 있게 쓰는 것은 누구나 하는 쉬운 일은 아니다. 터어키 속담에 “돈은 형제간에도 남과 같다”는 말이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거의 만족이 없고 마음속에 탐심(貪心)이란 게 있다. 어느 날, 양을 아흔아홉 마리를 기르는 부잣집에 귀한 손님이 왔다. 그 나라의 풍습으로는 양을 잡아 대접했다. 그런데 이 부자는 자기 것은 아까워 이웃집 노부부가 자식처럼 기르는 양을 빼앗아 손님을 대접했다.

세계의 부호 석유왕 록펠러에게 기자가 찾아가 “이제는 만족하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조금만 더” 하더라는 것이다. 록펠러는 나중에 돈을 벌어 당시 2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자선사업을 했다고 한다.

돈을 쓰는 것을 보면, 대략 그 사람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다. 인생은 어차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아닌가. 탐심에 최대의 적은 자기 자신이다.

영암에 또 한 사람, 훌륭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산면 출신 신창식 선생이시다. 그분도 어릴 때 일찍이 상경하여 고생 끝에 사업에 대성공하여 고향 사랑과 복지사업에 지속적으로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어느 해인가는 영암군에 20㎏ 쌀 7천포를 기증하기도 했다. 그런 공적을 인정받아 군민의 날에 ‘영암군민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느 해, 군민의 날 행사 때 종합운동장에 그분이 참석했다. 나는 그분에게 다가가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고 돌아 선적도 있다. 본인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으리라 생각된다.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은 사람에게는 양심이 있다는 것이다. 양심은 곧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위 두 분은 사회의 큰 귀감이 됨으로 길이 보전하기 위하여 읍내에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좋은 장소에 비를 세워 기념하면 좋을 것 같다. 

나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2000년 막내아들이 광주 어느 대학 유학시절 얘기이다. 나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울 때 마침, 군서면 도리촌에 사는 김삼호·박현숙 부부가 자식의 대학 교육을 위하여 집을 얻었다. 그 시절, 그 집에서 약 3년을 부부의 도움으로 대학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명분은 대농인 그 집에 바쁠 때 일손을 돕는다고는 했으나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고마운 분들이다. 또 한 분은 영암읍 매일시장 안에 조일상회 식품가게를 했던 김운옥 형님을 잊을 수가 없다. 이웃 마을에 사시던 형님의 아버지께서 우리 민족의 큰 비극이었던 6.25 때 우리 아버지를 살렸기 때문이다. 사람은 은혜를 입었으면 당연히 보은하는 것이 참다운 인간의 도리이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식품을 살 때는 그 형님 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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