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 송  

 학산면 광암마을 生
​​​​​​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 한 ·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고향마을을 가보면 마을이 사라질 위기다. 그래도 될까? 수천 년 동안 선조들이 피땀 흘려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 나라의 기초가 되었던 마을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필자의 고향 학산면 광암 마을을 보면 한 마을의 사정이기는 하나 매우 심각하다. 41호가 거주하는 마을에 65세 이상 인구가 60%를 넘고 초등학생은 한 명도 없다. 노인 홀로 사는 독거노인 세대가 10여 호가 된다.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농가는 2호뿐이다. 10년 정도 지나면 폐촌이 될까 염려되는 지경이다. 만약에 마을이 폐촌이 된다면 5만 평 정도의 논밭은 어떻게 되고 임야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이다. 조상들의 묘지관리는, 그리고 마을의 수호신인 미륵의 관리와 미륵제는 누가 맡으나? 걱정이다. 30여 기의 고인돌 유적은 어떻게 관리될 것인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10년 후 고향마을이 사람 사는 마을로 유지될까 의문이다. 전국에서 현재 마을의 50% 정도는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 10년 후 농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중 30%가 소멸할 것이라 예측하고 1990년대부터 마을의 인구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0%를 넘으면 한계마을(限界)로 지정했다. 한계마을이 되면 마을의 공동체로서 역할과 기능을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 협력대 파견 등 다양한 시책을 강구하고 있다. 마을의 폐촌이 국토보전의 문제와 음료수 등 지하수의 보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식인들이 정부에 문제 제기를 하는 상항이다.

인도의 간디는 나라를 지키는 것보다 마을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나라는 독립운동을 통해 되찾을 수 있지만 마을이 없어지면 민족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므로 국가의 독립이전에 마을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간디는 농촌문화를 지키기 위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 모든 인도 사람들이 매일 한 두 시간만이라도 물레질을 할 것을 권유하였다. 물레질의 가치는 경제적 필요 이상의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필자는 유년기 고향마을에서 하루 종일 피곤함도 모르고 산야를 뛰어다녔다. 봄에는 마을 앞동산에 지천으로 자생하는 춘란의 꽃대를 입에 넣고 질금질금하기도 했다. 그 후 70년을 도시지역을 오가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유년기 고향마을에서의 생활만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70년을 산 도회지의 생활에서는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추억이 그리워 고향을 자주 찾는다.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치유하기 위해서다.

요즘 해외 관광객 수가 외국인 입국자 수보다 2배 많다. 가장 많이 가는 나라가 스위스라고 한다. 스위스의 자연경관의 풍요롭고 아름다워서 마음의 치유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농산촌 자연도 스위스처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촌에 있는 자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업이 유지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문화의 원류인 농촌문화가 있는 마을이 유지되어야 한다. 

노인 한 명이 사망하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 것과 같다고 한다. 그들의 소중한 경험과 이야기는 민족의 무형 자산이다. 이외에도 마을은 농산촌의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해 준다. 아름다운 마을과 경관은 국가품격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우리의 농촌 마을이 고령화와 산업화 개방경제가 되면서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 대안으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노인들의 경험담 등 마을의 역사기록, 이야기 발굴, 벽화제작 기부, 농산물 판매보조, 영농지도, 행정보조를 위한 ‘마을 활성화 협력대’(가칭)를 만들어 마을의 재생을 지원하자. 도시지역에서 출생하고 생활한 청년은 농촌마을의 새로운 가치를 인정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일정 기간 생활이 가능한 범위로 지자체와 정부가 생활비 보조를 하는 방안도 있다. 이들은 3년 이상 등 일정 기간 농촌근무 후 마을에 정착할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다. 즉 귀농 귀촌을 사전 탐색케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협의회를 만들어 우수지역을 표창하고 연구발표를 하면서 마을 주민과 도시인이 함께 만들어 가는 모범마을을 탄생시켜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세 번째는 노인에게는 일자리가 가장 좋은 복지다. 100세 시대라고 흔히 노래는 부르면서 100시대 준비는 하고 있는가? 준비 안 된 100세 시대는 대재앙이다. 노년에 가장 불행한 사람은 일거리가 없는 사람이다. 젊어서는 일하는 목적이 가족부양이다. 그러나 80세 이상이 되면 일은 이웃과 사회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평균수명이 82세이나 건강수명은 70세라고 한다. 12년을 지병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노인 가정의 재앙이지만 국가도 재앙인 것은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 노인의 건강수명 연장은 국가적 과제다. 그런 점에서 노인의 일자리는 농작업이 가장 적당하다. 가벼운 농사일로 다소나마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자연과 함께 일하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일석삼조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농산물 직매장 운영과 판매 보조역할은 예산투입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마을을 유지 보존하여 품격 높은 국가를 만들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우리모두가 되기를 기원한다. 마을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