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 행  

 군서면 모정리
​​​​​​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
 동아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날로 심각해진 돌봄 문제

가족이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온 가족이 달려들어 무상의 돌봄 노동력을 제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로 인해 가족들 간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돌봄 수요는 급격한 증가 추세에 있다. 2025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6%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후기노령기인 75세에 진입하는 2030년부터는 의료를 포함한 요양 및 돌봄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노인 안부확인(예방)서비스와 재가방문 위주의 요양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해도 도움을 받으며 살던 곳(자기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노화, 장애, 질병 등의 이유로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람 중심의 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노인요양 재가서비스, 생활지원, 주거지원 복지서비스, 방문 의료·간호 서비스가 연계되어야 한다.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 이웃과 지역사회와 단절 없이 살던 곳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돌봄이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시작이다. 

급증하는 돌봄 요구 잘 대응하는가?

초고령 사회를 준비하면서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정책을 앞서 도입한 국가들은 지역 안에서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돌봄 기본법’을 제정하고, 돌봄 서비스에 대한 품질기준을 정해 관리한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우리는 2018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시범사업 시작했으나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에 기반한 법·제도를 갖추는 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법안은 4건이 발의된 상태지만 법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전국 확산을 목표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했던 지역사회통합 돌봄 선도사업도 본 사업은 종료되고 지금은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이 전국 12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100세 시대 노후생활 지원 및 건강 돌봄체계지원’이 포함되어 있으나 급증하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욕구와 미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돌봄 정책의 방향과 비전이 불명확해 보인다.

보편적 국가 돌봄체계 구축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주도적으로 개별 법률에 근거한 기존 돌봄 관련 정책에 대해 조정·협의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을 비롯하여 보건의료 및 재활, 통합돌봄과 연계하여 추진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노인서비스 관련법, 사회보험 관련법, 보건의료기본법, 사회복지사업법에 이르기까지 유관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 예로 일본에서는 ‘의료법’과 ‘개호보험법’을 비롯해 관련 19개 법령의 일괄 개정을 통해 지역의 의료와 개호(간병)를 종합적으로 연계, 제공하도록 ‘지역의 의료 및 개호의 종합적인 확보를 추진하기 위한 관계 법률 정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지역사회 돌봄 강화, 지자체 역할이 중요

지역 중심의 책임성 있는 지역사회 돌봄 체계 운영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크다. 시설복지에서 지역사회 돌봄 복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병원 입원이나 시설입소가 줄어들고 재가복지 이용자가 증가할 것이다. 의료·돌봄 통합지원센터(가칭)가 읍면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돌봄 지원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돌봄 대상자에 대한 발굴, 보건과 복지의 협업을 통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와 재가서비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역사회 복귀 및 정주(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삼)를 위한 지역 내 주거·요양·의료·재활 분야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돌봄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통합케어를 제공하려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현재 65개 시·군구는 지방비를 투입하여 통합돌봄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전달체계와 정보화 시스템 구축, 근거 법령 제정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지방정부는 공공 책임이 있는 실행 주체로서 조직과 인력을 갖춘 공적 전달체계(시군구 통합돌봄 전담팀, 창구 등)를 갖추는 것이다. 

주민 참여와 지역사회 민·관 협력이 절실

현재 지역에서는 다양한 돌봄 관련 사업이 제각각으로 운영되면서 대상·절차·기준 등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협력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통합돌봄 추진에 어려움이 크다. 시군구 전담팀(노인통합지원센터)에서 돌봄계획을 수립하고, 사례회의를 통해 서비스 지정 및 연계·조정 및 서비스 과정·결과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기존의 통합사례관리를 개편하여 공공 및 민간의 서비스와 자원을 조정·연결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민·관협업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면 현장단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지역주민들이 ‘함께 서로를 돌보는 참여와 연대’가 중요하다. 자신과 이웃의 건강한 삶과 돌봄에 관심을 두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어르신들과 가족, 이웃이 함께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지역사회를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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