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병 연  

 사회복지학 박사
​​​​​​ 전 조선대학교 초빙교수
 한국청소년인권센터 이사장

탈(MASK)은 한자로 면(面)·면구(面具)·가면(假面)·대면(代面)·가두(假痘)·가수(假首) 등이라 하고, 우리말로는 탈·탈박·탈바가지 등으로 불러왔다. 영어 표기는 일반적으로 ‘마스크(MASk)’라고 통용되고 있다.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민족 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탈들을 보면서 탈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말의 탈은 그 어원이 정확하지 않지만‘ 탈 나다’의 말에서처럼 ‘사고’‘병’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 그 예로 음식을 잘못 먹어 배가 아플 때나 다친 곳이 덧나고, 무슨 일이건 잘못되어도 ‘탈 났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한자로 가면(假面)은 문자 그대로 ‘가짜 얼굴’이다. 한편 ‘마스크(MASK)’는 라틴어 이전 토속어인 ‘maskaro’(검뎅이로 검게 칠한 것)에서 기원하며, 라틴어의 ‘masca’는 ‘마술사’‘마귀’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탈은 거의 모든 민족에게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부정적인 의미가 그 기원이 되고 있는데 이는 재앙이나 병을 가져오는 악신이나 역신을 쫓으려고 보다 더 무섭고 강한 힘을 빌어오고자 한데서 연유한 것 같다. 

아프리카의 가면은 무용·연극 등 연회에서 뿐만 아니라 제사나 장례, 전쟁 또는 병을 고칠 때도 사용되었다. 주술사와 족장들은 신의 힘을 빌어오고자 가면을 쓰고 제사와 환자치료를 하기도 하였다. 이는 가면을 씀으로써 신이나 토템의 영과 힘을 전달받는다고 믿는 것으로 결국, 인류의 가면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절대적인 존재의 힘을 빌어 귀신을 쫓거나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소망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탈의 형태 
탈이란 얼굴에 덮어쓰는 바가지나 얇은 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가면을 보면, 여러 가지 형태를 볼 수 있다. 첫째, 얼굴 가면(Face mask) :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가면으로 우리나라의 탈이 대부분이 이러한 형태이다. 

둘째, 헬멧 가면(Helmet mask) : 대개 나무 밑동을 도려내어 만들고 머리 위에 쓰는 형태다. 

셋째, 투구형 가면(Helmet mask) : 헬멧 가면과 비슷하지만 얼굴이 드러난다. 

넷째, 이마 장식형 가면(Forehead mask) : 투구형처럼 머리 전체를 덮지 않고 앞이마에 걸친다. 

다섯째, 머리 장식형 가면(Headdress mask) : 머리 위에 올려놓는 형식으로 그 형태는 특정한 인물이나 동물을 상징한다. 

이외에도 조로 마스크와 같이 눈만 가리는 반가면이 있는데 이것은 그리스 연극에 사용되던 가면을 대사 전달이라는 목적을 위해 턱 부분을 드러낸 것에서 발전한 것이다. 

탈과 축제
카니발, 마디그라(Canrnival, Mardi Grsa)
기독교의 적리 중 사순절(Lent)은 기독교인들의 부활절을 준비하기 위해 금식하고 기도하는 시기로 사순절 기간 중에는 고기와 버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중세 이후 로마 카톨릭 국가들에서는 사순절에 앞서 카니발을 갖게 되었다.

카니발(Canrnival)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cmeleveare에서 기원하며, 이것은 사람들에게서 고기(came)를 배다는(levare) 뜻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단어의 뒷부분인 ‘val’를 라틴어의 헤어질 대 인사말(vale)로 해석해서 ‘고기여 안녕’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카니발, 스위스 바젤의 페스티벌, 미국의 마디그라 축제 등이 있다. 이와 같이 탈은 전 세계적으로 그 민족의 정통성과 희노애락의 문화를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월출산 전경이 바로 보이는 영암읍 월송서원(月松棲園) 전시장에는 30여 년 전에 수집해 놓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의식에 사용하였던 12지간 탈을 비롯하여 15개국 500여 점의 각종 탈(MASK)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그것도 수십 년 또는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난 세계 각국의 전통 탈(MASK)들이 독특한 민족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필자는 이제 많은 분들이 탈이 간직하고 있는 고유의 전통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공의 전시관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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