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73] 세계유산의 최근 등재 경향(上)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 있는 성. 히메지 성은 일본 성곽 건축 최전성기의 양식과 구조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성으로 천수각의 우아한 모습 때문에 일명 백로성(白鷺城)으로도 유명하다. 천수각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었고 1993년에는 히메지 성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지난 11월 8일 영암 기찬랜드 가야금산조 기념관에서 마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학술 포럼이 있었다. ‘마한의 심장, 영암’은 나주와 더불어 마한 유산의 보고이다. 특히 동아시아 고대 해양 문명의 허브 기능을 한 영암 마한의 역사성은, 나불도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후보지로 결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16일 시종 주민들과 찾은 나불도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후보지는 영산내해에 연해 있어 역사성과 더불어 장소성 측면에서도 탁월한 곳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영산 내해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한 유산은 그 가치가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채우고 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 마한역사문화연구회는 영암군의 도움으로 최근 여러 차례 관련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포럼은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등재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혹자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포럼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 제기도 하나, 구체적인 상황을 정확히 알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며 계획을 수립하여야 함은 중요하다. 이러한 지적은 포럼에 참여한 임경희 연구관을 비롯하여 여러 전문가들도 함께 하였다. 

  이번에는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인 신희권 교수(서울 시립대)의 기조 발표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세계유산 등재 심사위원도 역임하여 누구보다 세계유산 등재 과정 및 그 방법을 알고 있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이다. 신 교수가 이번 포럼에 와 영암 마한의 가치를 직접 확인하였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있다. 더구나 신 교수는 그의 대학원 제자들 7명과 함께 하였다. 그들 가운데 서울의 현직 교사들도 몇 있었다. 이들을 통해 영암 마한의 가치를 수도권에 알리게 된 것은 망외의 소득이다. 다음은 그의 발표 내용 요약이다. 
  
  “신희권 교수는,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한 유산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반도 고대 국가에 버금가는 독창적인 문화적 증거를 통해 소멸된 마한의 역사를 입증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마한 유적이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정립하여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유산 자체가 갖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국가의 보존 관리 대책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는 유네스코에서 요구하는 세계유산 등재 기준 10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유산이 지닌 핵심 요소로서 진정성과 완전성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판단되면, 각국은 유네스코에서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할 수 있고, 유네스코는 자문 기구 등의 평가를 통해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고자 하면 세계유산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건과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세계 각국의 세계유산 등재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지만, 등재 기준과 수량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세계유산의 개념과 제도, 세계유산의 등재 요건과 절차, 방법 등을 명확히 파악하여 세계유산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이고, 나아가 최근의 세계유산 등재 경향과 주안점을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발굴조사 등을 하여야 정책의 효과가 배가 된다고 하겠다. 

먼저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1972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전 세계 인류의 공동 재산으로 등록되어 보존, 복구 등 특별 관리되고 있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및 복합유산”을 말한다. 먼저 20개국이 회원국이 세계유산 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도 제정하였다. 세계유산 협약 기구는 모든 회원국이 모이는 총회, 세계유산 협약 이행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을 논의하는 총회에서 선출한 위원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 세계유산 업무를 자문하는 자문기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세계유산 등재가 미치는 국가 신인도 제고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를 논의하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유산 협약을 실행하는 사무국 성격인 세계유산센터도 있다.

필자도 본란을 통해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① 유산 자체가 갖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② 국가의 보존 관리 대책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란 말에는 문자 그대로 탁월함과 보편성이란 개념이 함께 들어 있는데, 탁월함이란 그 자체로서 절대적인 기준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비교할 때 더 뛰어나다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보편적이란 말은 그야말로 세계 어느 지역에나 유사한 시기 비슷한 유형의 유산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이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존재하는 무수한 유산 가운데 그 가치가 현저히 뛰어난 유산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지역에 존재하는 유산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그 가치의 우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 점은 필자도 본란을 통해 강조한 바 있지만, “영암 마한”, 또는 “영산 내해, 마한”의 탁월한 가치 운운하려면 타 지역, 예컨대 가야, 신라, 백제 등 국내의 비교 대상이 되는 역사문화권, 일본, 베트남, 중국 등 주변국과의 비교를 통해 마한 문화의 특질을 밝혀야 한다. 이미 영암군은 독무덤의 국제적 비교 연구를 하고자 예산 편성을 하였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추진되지 못한 안타까움도 있다. 

한편 세계유산은, 그 유산이 지닌 진정성과 완전성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진정성(Authenticity)은 문화유산에만 적용되는데, 문화유산이 창조될 당시의 가치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곧, 유산의 원형이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비록 원래의 모습에서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그 과정 안에 담긴 가치를 얼마나 잘 전달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완전성(Integrity)은 그 유산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온전히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진정성이 문화유산에만 적용되는 것에 비해 완전성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모두에 해당된다고 한다. 2005년부터 세계유산 등재 요건이 전폭적으로 강화되면서 유산의 보존 관리에 대한 시스템과 계획이 등재 요건 중 하나로 전면에 대두된 시점에 완전성의 적용이 문화유산에까지 확장되었다고 한다.

이상의 신희권 교수의 세계유산 개념 정의 및 등재 조건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의 설명은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독자들도 이 글을 꼼꼼히 살펴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여러분 스스로 문화에 애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계속>
글=박해현(초당대 교수·마한역사문화연구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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