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 행  군서면 모정리​​​​​​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 동아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이 삼 행  군서면 모정리​​​​​​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 동아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건강수명은 크게 늘지 않아 

요즘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며 요란하다. 30년 후에는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데 앞으로 40년 넘게 국민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세대에게는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한국인 기대수명은 83.5세(평균 생존연수)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이다. 기대수명은 생명을 다해 살다가 죽는 경우이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투병한 기간을 제외한 나이인데 66.3세(2020년 기준)이다.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은 크게 늘지 않았다. 노후에 질병의 고통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의미이다. 돈이 없는 저소득층 노인들의 건강수명은 더 낮다. 소득수준이 상위 20%에 속하는 노인의 경우 건강수명이 72.2세이지만 반대로 소득 하위 20% 노인의 건강수명은 60.9세이다. 연금 받을 연령이 늦어지면 자산을 팔거나 모아 둔 돈을 써야 한다. 그런 게 없으면 계속 일을 해야 한다. 일하려면 건강해야 하는데 우리의 건강수명은 평균 66세라는 얘기다. 만약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늘리면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노인들은 큰 어려움에 처한다.

일본의 100세 노인 노후대비

일본은 100세 이상 장수인이 2022년 말 9만 명을 넘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20년 앞선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년 후 노후자금 준비를 50년분 이상 준비해야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인구 고령화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일본 금융자본의 60% 이상을 60세 이상이 쥐고 있는데, 이들이 소비하지 않으니 경제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집값(부동산 거품붕괴)과 돈 가치(제로금리)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일본 노인의 최대 공포 대상은 ‘지나친 장수와 노후파산,고독사’라고 한다. 이들은 좀처럼 은퇴를 하지 못한다. 2019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취업률은 24.9%로 전체 취업자 중 13.3%였으며 고령 취업자 중 77.3%가 비정규직이었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지역포괄케어’로 노인복지를 제공한다. 지역사회 의료와 돌봄을 잇는 병원이 생겨나서 지역사회 안에서 고령층이 치료와 돌봄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령층 개인 상황에 적합한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포괄지원센터(2021년 기준 전국 5,351곳)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포괄케어는 병원 진료만이 아니라 지역 행정과 협동해 방문진료와 간호, 재활까지 연계 제공하는 것이다. 노인 의료와 복지를 지자체와 지역 공립병원이 맡아 고령자의 집이나 복지종합시설에서 죽을 때까지 안심하고 사람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원스톱 의료와 함께 건강증진, 재택케어, 재활, 복지·노인요양 등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대수명 120세가 다가온다 

미국 생물학자 레오나르도 헤이플릭은 "인간의 세포는 한번 분열하는 데 평균 30개월(약 2.5년) 걸리고, 평생 50회 분열한 뒤 멈춰버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의 수명은 2.5년×50회=125세다"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도 "21세기에 장수 기록은 130세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00세 인구가 2023년 3월 말 현재 약 7천명에 불과하지만 2030년 1만2천명, 2040년 2만5천800명, 2050년 3만8천명, 2060년 8만4천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통계청은 예측한다. 영양과 위생상태가 좋아져 병에 잘 안 걸리며 의학의 발달로 조기발견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장수시대 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과 건강일 것이다. 우리의 건강보험은 선진국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라는 오명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재정 투입은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국고지원은 연 11조 원으로 대략 국민연금보다 10배나 큰 돈이 들어간다.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현재(23년 5월 말) 974조원으로 곧 1천조원 돌파가 예상되는데 정부의 기금 재정계산 결과로는 30여년 후(2055년) 고갈될 예정이라고 추정한다. 장수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개혁은 꼭 필요하다. 우리는 연금지원 재정의 95% 이상을 노인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노인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공적부조이지 안정적인 노후 연금제도는 아니다. 우리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 정부재정을 지원하지 않는 나라이다. 우리도 OECD 국가들처럼 정부재정을 국민연금에 투입해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조금 올리고, 정부재정을 매년 연기금에 투입해서 노후에 안정적 소득을 보장받는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복지·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센터를 실질적으로 구축하여 운영해야 한다. 120세 시대가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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