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서 숨진 일가족 5명에 대한 사망 사건은 공소권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9월 20일 일가족의 가장으로 숨진 김 모(59)씨가 살인 피의자로 최종 확인되면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공소권 없음이란 범죄 혐의자의 사망 등으로 재판을 청구할 수 없는 경우 내려지는 처분이다.

김씨는 지난 15일 오후 3시 54분쯤 영암읍 자택 방안에서 아내, 20대 아들 3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가족 5명의 사망 시각은 시신 발견 당일 또는 그보다 하루 전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이 없다는 현장 감식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의견 등을 토대로 김씨가 처자식을 살해한 뒤 음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에 대한 부검 결과, 혈흔 및 흉기 감식 보고서 등이 공식 통보되면 경찰은 이를 반영해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사건 현장과 김씨의 휴대전화 등에서 유서나 심경이 담긴 글 등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 김씨의 범행 동기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김씨는 이달 초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였다. 그는 중증의 자폐와 지적 장애를 앓는 세 아들, 경제활동이 어려운 아내를 주변의 큰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보살핀 농업인 가장이었다. 김씨의 아내도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영암군에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대상은 아니었던 김씨의 가정에는 세 아들 앞으로 1인당 매달 34만원씩 장애인 연금이 지급됐다. 김씨가 장애인 아들들을 제때 학교에 보내지 못해 뒤늦게 시작된 특수교육은 교사의 가정 방문 수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경찰 참고인 조사에 응한 주변인들은 부부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으나 아들들을 함께 보살피며 살뜰한 가정을 이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성범죄 혐의를 받는 김씨가 법적 처벌 등으로 처자식을 살피지 못할 경우 온 가족이 극심한 생활고에 빠지게 될 수 있는 처지를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국과수 분석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사건 당시 세 아들과 아내가 김씨에게 저항한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와 관련한 성범죄 사건도 피의자 사망에 따라 조만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다. 김씨의 성범죄 혐의는 신고 내용과 다른 정황이 일부 확인되는 기초 조사까지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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