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67] 마한사 인정 교과서 편찬의 필요성(下)

 ‘2023 마한 인정도서 학술포럼’이 지난 15일 나주 동신대학교에서 전라남도가 주최하고 전남문화재단과 마한역사문화연구회가 공동 주관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 18일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미 예상한 대로다.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가야 고분군까지 총 16건(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곳)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에 등재된 고분군은 ▲전북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등 7개다. 세계유산의 OUV를 지닌 영암 등 지자체 등이 이를 계기로 속도감 있게 등재 준비를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필자는 일본 오사카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딸이 고베에 있는 히메지성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였다. 왜 그곳을 보려 하는지 물었더니, 세계유산에 등재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히메지성을 찾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이처럼 역사 자원의 세계유산 등재는 그 지역의 관광산업 발달에 결정적 계기가 됨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는 별도로 다루려고 한다.

지난 16일 우리 영암인들의 자긍심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가 하나 있었다. 전라남도교육청이 주최한 ‘제13회 전남청소년 역사탐구대회’에서 영암여고 팀이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영암여고는 영암을 넘어 전남 서남권의 대표적인 여학교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기도 하지만, 마한 답사프로그램 등에 꾸준히 참여하는 등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교육에 솔선하고 있다. 박미애 교사의 지도와 영암의 자존감을 대외적으로 보여준 학생들의 노력을 심사위원장으로 대회를 살펴본 필자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오는 10월 6~7일 열리는 마한축제에 2022년 전라남도가 주최한 마한축제의 일환으로 추진한 ‘마한 그림대회’를 올해는 영암군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 ‘마한 그림대회’는 작년에 시종부녀회, 시종중, 신안 비금중, 그리고 영암의 여러 초등학교, 나주의 초등학교에서 200명 넘게 참여하여 엄청난 성과를 얻었다. 올해도 150명 학생이 참여한다. 맑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마한 공원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마한을 그리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설레인다. 행사가 이어지도록 이를 지원한 영암군에 감사한 마음이다. 지속적으로 대회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청소년들의 올바른 역사의식 필요

지난 15일에는 나주 동신대학교에서 전라남도가 주최하고 전남문화재단과 마한역사문화연구회가 공동 주관한 ‘2023 마한 인정도서 학술포럼’이 열렸다. 마한 인정도서 개발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포럼을 통해 제기된 여러 얘기를 담아 ‘마한인정도서 개발 기초연구’ 용역 보고서에 담으려는 것이었다. 윤병태 시장을 대신하여 강영구 나주 부시장, 이주희 동신대 총장, 김광수 영암교육장을 대신하여 윤양석 영암교육청 교육지원과장 등이 참석하여 축사 및 환영사를 해주었고, 최영관 나주학회 회장과 회원, 박경중 마한역사문화포럼 회장과 회원, 정홍채 반남 마한유적보존회 회장, 이병삼 강진교육장, 최광표 전 영암교육장, 김춘곤 전 영광교육장, 신선화 영암 덕진초 교장, 김관선 나주예총 회장, 이향희 전남여고 역사관장, 그리고 포럼의 공동 주관사인 유인학 마한역사문화연구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다만 나주교육청 관내 학교 교원들이 학교 일정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많은 시민이 함께 못한 점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이 포럼은 지난 호에 언급한 것처럼, 전라남도의 ‘마한문화권 개발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마한 인정도서 편찬을 위한 기초작업의 일환이다.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사업은 1단계(기초연구) 2단계(심화연구 연구, 집필), 3단계(심의 발행) 등의 과정을 거쳐 단순히 학습교재가 아닌 수업교과 단위에 포함되는 교과서를 편찬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포럼은 1단계 사업인 셈이다. 

마한 인정도서 편찬은 삼국 및 가야에 편중된 고대사 교육과정의 극복과 마한사의 학술적 가치를 규명하고, 객관적으로 고증된 영산강 유역 마한사를 역사 교과서에 반영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특히 현재 교과서 집필자들이 포럼의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여하여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정도서 개발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여 청중들의 높은 공감을 받았다. 

모두 5편의 논문이 발표된 포럼에서 기조 발표를 한 필자는 ‘마한사의 인정교과서 필요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4세기 후반, 마한이 백제의 영역이 되었다는 주장을 고고학적 성과와 기록을 연결지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러한 내용이 60여 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교과서 서술을 비판하였다. 아울러 60여 년간 ‘삼한의 소도’ ‘벼농사’ 등이 천편일률적으로 마한 관련 서술로 이루어졌던 문제점도 지적하였다. 필자는 마한 관련 기록과 고고학적 사실을 엮어 ‘순장’ 풍습 등 당시 사회를 알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하므로 이들을 담을 인정교과서의 발행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필자가 여러 차례 언급하였지만, 마한 교과서에는 마한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 ‘교류융합을 통한 문화창조’라는 마한의 중요한 가치를 교과서의 상위 개념으로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정도서 편찬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결국, 인정도서는 해당 학교의 교사가 선택하므로, 교사가 인정도서 선택에 망설임 없도록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사 연수 및 교사용 지도서 제작이 함께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교사들의 연수도 함께 이뤄져야

전남대 조영광 교수는 역대 역사교과서와 교육과정의 마한사 서술을 분석하여 마한사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한반도 중남부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함에도 철저한 무관심으로 방치되어 삼국지 위지동이전 내용을 그대로 전재한 60년 이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하였다. 지역사의 사례를 통해 마한 인정교과서 서술 방향을 제시한 순천 복성고 백형대 교사는 마한 인정도서의 활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것과 마한사 교육목표를 단순히 지역의 자긍심을 넘어 필자가 강조한 ‘교류융합을 통한 독자적 문화창조’라는 상위가치 개념으로 확장시켜야 함을 강조하였고, 순천 지역사를 34차시(1, 2학기 포함)로 구성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여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지역사 교재를 펴낸 바 있는 김진호 세솔고 교사는 다른 지역사 교재와 비교하여 구체적으로 마한사 학습체계, 성취기준, 지도계획 등 마한 교육과정에 담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였다. 교과서로서의 마한사 교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취기준 제시가 매우 중요하다.  

조법종 교수(우석대)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교사 연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인정교과서는 평가에도 반영되고, 생기부에도 기록되는 정식 교과서이기 때문에 개발단계부터 이러한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특히 교사 연수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라남도, 전남도교육청, 광주광역시, 광주시교육청 등이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하였다. 필자는 이미 언급하였지만, 영암군이 전국 교사 연수도 앞장섰으면 한다. 그러면 전라남도와 전남도교육청이 이를 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천만 원의 예산이면 교사 30명이 1박 2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전국 교사들에게 마한을 알리고 이들이 인정도서를 선택하게 하는 노력을 지금부터 기울여야 한다.

행사를 주관한 전남문화재단 관계자는 전국 최초로 시도되고 있는 마한 인정도서 편찬 계획이 이번 포럼을 통해 그 가능성과 방향성이 모색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재단은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고서에 담아 2단계 편찬사업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실, 이번 마한 인정도서 편찬 계획은 전국 최초로 시도된 것으로, 이 같은 계획을 수립한 전라남도의 의지에 고마움을 표한다. 송화섭 중앙대 교수도 전라남도가 인정도서 계획을 수립, 추진한 사실에 경의를 표한다고 하였다.  <계속>
글=박해현(초당대 교수·마한역사문화연구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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