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웅 ·군서면 서구림리 출생·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문학박사)·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강사·계간 문학춘추 편집인·주간·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강사(현)·전라남도문인협회 회장(현)

야! 돈이란 뭐라고 생각하냐?” “글쎄, 그 위력이나 절심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딱 한 마디로 뭐라고 꼬집기는 어럽다야.” “어쨌든 돈이란 많을수록 좋은 거지, 그렇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으니까, 뭐 더 그렇겠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대차 노사 대립은 기업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된다.

그러니까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나라도 흔들릴 만큼 엄청난 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노사 갈등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다 최근 가까스로 타결됐다. 그동안 노조는 파업 결의로, 경영진은 잔업·특근 거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팽팽하게 맞서왔던 터였다. 왜 그럴까? 그것은 자명하다. 돈 때문이다. 즉 성과급을 50% 삭감하는 통에 그 난리가 난 거다.

그렇다면 과연 돈은 인생의 알파요 오메가일까? 돈은 진정한 행복과는 상관이 없다든지, 돈보다는 정신적 행복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강남의 부자동네와 난지도와 같은 달동네를 비교해 보면 그 말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가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당나라 현종이 자기 뜻이 담긴 명문장을 만백성들에게 발표하고 싶었다. 어전에 모인 신하들에게 그 글을 쓸 사람을 추천하도록 엄명을 하였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이백(李白)이 만장일치로 뽑혔다. 수소문 끝에 만취한 이백을 찾아내었으나 그를 대궐 안으로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대궐을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벼슬아치뿐이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없이 그들은 이백에게 그 자리에서 벼슬을 내려 입궐시켰다. 하지만 이백은 술보답게 임금님이 내린 글제로 글을 쓸 생각은 하지 않고 매일 술만 마시고 있었다. 담당 신하가 애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임금님이 정해준 마지막 날에는 이 신하가 발사심이 나서 마침내 불호령을 내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만취 상태인 채로 일필휘지를 했는데, 과연 시선(詩仙)답게 순간에 명문장을 써내어 임금님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백의 글재주를 본 임금님은 그자를 자기 곁에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백으로 하여금 궁궐에서 거쳐하며 글을 쓰도록 명하였다.

이백은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는 임금님께 제발 궁궐 밖으로 나가게 해주라는 간청을 하였다. 임금님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뭇 사람들은 임금님 총애 아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소원인데, 이백은 이를 사양하다니...... 하지만 그의 간절한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궁궐 밖으로 내보내기로 해놓고도 임금님은 못내 아쉬워하며 ‘내가 네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냐’고, ‘뭐든지 말만 하면 들어 주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백은 무턱대고 궁궐 밖으로만 내 보내주면 더 이상의 소원은 없다고 대답하였다. 임금님 생각으로는 참 괴이한 일이었지만, 그냥 빈손으로 내보내기가 그래서 요즈음 말로 백지 수표 한 장을 이백에게 건네주었다. 이백은 그 종이 한 장이면 세상에 나와, 재물은 물론 여자 등 뭐든지 가질 수 있는 요술방망이를 얻게 된 셈이다. 여전히 술에 찌들기 시작한 이백은 제 방식대로 살다가 마침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는데, 그를 염습(殮襲)하기 위해 장의사가 옷을 벗겼을 때, 그의 호주머니에는 아무 것도 없고 다만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그 요술방망이 백지 수표가 고스란히 남아 있더라는 것이다.

돈이란 딱 한 마디로 뭐라고 꼬집기는 어렵지만, 그 위력이나 절심함을 현대인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돈이란 많을수록 좋은 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으니까, 더 그렇다. 돈으로 출생도 맞춤으로 할 수 있고, 젊음까지도 재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목숨마저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이백의 요술방망이(임금님이 발행한 보증수표)는 결코 돈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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