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창 옥

  학산면 목동리 생
  전 광주시 동구청 도시국장
  전 조선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이 1814년에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나주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삭힌 홍어’의 유래는 고려 시대 영산현에 속했던 흑산도 사람들의 내륙이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려 때 왜구들의 노략질이 심해 고려조정은 섬에 살고 있던 주민들을 모두 뭍으로 강제이주시키는 쇄환정책을 시행하여 서해안 일대 섬 주민들은 모두 뭍으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이때 흑산도는 당시 연산현에 속했는데 서해 바다로 이어지는 강을 거슬러 올라와 터전을 잡았고, 새로 터를 잡은 곳의 강을 영강 혹은 영산강이라 이름 지었다.

영산포 사람들은 흑산도 근처까지 나가 고기잡이를 한 뒤 영산강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때 흑산도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홍어를 포함한 여러 고기들을 싣고 왔는데 보름 정도의 항해 기간에 홍어만 빼고 나머지 고기는 모두 썩거나 상해 버렸다. 홍어를 꺼내 먹어 보니 약간의 썩은 냄새와 톡 쏘는 맛이 별미였다고 한다. 이것이 시작되어 먹게 된 ‘삭힌 홍어’의 탄생은 쇄환정책에 따른 섬 주민들의 영산포 이주로부터 시작되어 흑산도에서의 고기잡이까지 여러 상황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영산강 너른 품에 안긴 영산포 홍어 이야기는 ‘영산포에 살어리랏다’로 전해졌고, 영산포는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와 내륙 깊숙히 자리 잡았다. 

고려 말 서해안 일대 섬사람들은 왜구의 노략질을 피해 강을 따라 이곳까지 피난 와서 머무르곤 하였고 그러는 사이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영산포는 고려말부터 600년 이상 흑산도 홍어가 거래되어온 홍어의 본고장이다. 흑산도 홍어가 영산포까지 배에 실려 오는 과정에 숙성되었던 것에서 유래된 삭힌 홍어는 톡 쏘는 독특한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김치를 함께 먹은 ‘홍어삼합’으로 발전하였다.

홍어는 예로부터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던 음식이고 결혼식, 회갑, 초상 등 집안의 대소사에 빠지지 않았다. 홍어가 빠지면 잔칫상으로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홍어는 전라남도 음식문화에서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갖고 있다.

600년 전통의 영산포 홍어 거리는 지금도 30여 곳이 성업하고 있다. 그중에 홍어 명장으로 알려진 정상일 씨는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으며, 3대를 이어온 홍어집도 있다. 홍어 가게들은 매년 4월 초순에 홍어축제를 통해 영산포 홍어의 진가를 보여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어 홍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아와 홍어 성시를 이룬다. 이로 인해 홍어는 나주 음식문화로 자리매김을 하여 나주의 3대 먹거리인 나주곰탕, 구진포 장어와 함께 전국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홍어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있고, 콜라겐이 풍부하여 피부탄력, 관절 건강, 건강한 머리카락과 손톱 유지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또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어주기 때문에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홍어는 지방함량이 적고 우리 몸에 이로운 베타인, 타우린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위장기능을 강화시켜주고 체내 노폐물을 걸러주어 숙변, 변비 해소에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요즘 항상 흰빛만 보이던 손톱이 연분홍색을 띠고 건강미가 나타나고 또한 팔목의 피부도 탄력이 있어서 그 원인이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집사람이 수개월 전에 홍어를 구입하여 냉장고에 오래 두어 숙성이 잘된 홍어를 최근 무심코 전부 먹었다. 이후 홍어의 효능을 살펴보니 ‘콜라겐 효과’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래서 더 많은 홍어를 구입하여 먹고 있으며, 나만 홍어로 건강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영암신문 애독자들도 홍어를 먹고 건강하라는 욕심에서 ‘홍어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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