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 행   

 군서면 모정리
​​​​​​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
 동아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현장에서 흘리는 땀방울

“센터장님! 새벽부터 비가 많이 오네요. 오늘도 폭우주의보가 발효되었고요. 전체 생활지원사 현장방문을 중단하고 전화로 전체 안부확인 하는 게 좋겠습니다.”

출근 전인 7시경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총괄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필자가 일하는 영암지역자활센터는 사회복지사 5명, 생활지원사 87명이 독거노인 1천400여 명의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영암을 반으로 나누어 영암읍을 중심으로 6개면은 자활센터가, 삼호읍을 중심으로 5개면은 정우사회복지법인이 노인안전을 관리한다. 영암군은 생활지원사 170여 명이 안전관리 대상 노인 2천800여 명에게 매일 안부확인, 직접방문, 간단한 생활지원 활동을 하면서 안전한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대단한 규모의 노인안전 관리, 맞춤돌봄사업이 진행된다. 

요즘 날씨는 노인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기가 너무 힘들다. 한 달 가까이 폭우주의보가 계속되더니 이제는 연일 폭염주의보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리면 생활지원사들은 모든 노인들에게 안부확인을 한다. 밤새 안녕하셨는지, 식사는 잘 하시는지, 외출하지 마시고 경로당이나 집에만 계세요 등 전화 안전확인을 한다. 전화통화가 안되면 그때부터 큰일이다. 옆집 사람, 동네 이장님 모든 인맥을 통해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안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밤이든 눈비가 오든 직접 방문해야 한다. 한 생활지원사는 밤늦게 혼자 오지마을 외딴집에 사는 어르신을 방문해야 하는데 무서워서 남편을 설득해 방문 안전확인을 했다고 한다.

노인들 집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응급 알림 전화기도 1천여 대를 설치하여 관리한다. 화재, 일상 활동량, 출입문 감지기, 응급호출기 기능을 하는 기계인데 화재와 질병 등 응급상황 발생 시 119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응급상황을 신속하게 대처하는 안전 활동을 병행한다. 이 서비스를 통해 대상자의 활동 미감지 확인 후 응급관리 요원이 방문하여 의식불명인 대상자를 119에 신고하거나, 본인이 응급호출기를 눌려서 119 요원들이 출동하여 병원에 이송하고, 가스레인지에 조리 중인 음식을 두고 외출한 대상자 집에 화재신고가 이루어지는 등 조기에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매일같이 긴장하면서 노인 한분 한분을 소중하게 여기며 땀방울을 흘리는데 산사태로, 폭염으로 어르신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방송을 보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생존의 기본 욕구는 안전이다

메슬로우(A.H. Maslow)라는 미국 심리학자가 1943년 ‘인간 욕구 5단계’를 주장했다. 5단계는 자아실현 욕구로 최상위 단계이다. 여기서는 1단계 2단계만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가 5단계는 커녕 기본욕구인 1, 2단계도 충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단계는 생리적인 욕구로 육체적인 생존에 필요한 물·음식·수면·건강 등이 충족되어야 한다. 2단계는 안전에 대한 욕구이다. 생명에 대한 위협, 경제적인 안정, 범죄, 재해 등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욕구이다.

우리는 날로 심각해지는 주변의 사회적 위협과 재해로 시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이후 사회 안전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하면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멀쩡하게 출근하는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 구명조끼와 같은 안전 장비도 없이 구조작업에 동원되었다가 급류에 휩쓸려 생명을 잃은 해병대 장병,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묻지마 칼부림 등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회적 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나에게도 이런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몰려온다. 국가나 사회로부터 일상적인 하루의 평범한 삶을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믿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가는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이제는 각자도생의 시대인가? ‘어떠한 재난이나 폭력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받을 경우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나라‘는 각자도생. 온갖 재난과 사회참사 현장에서 국가는 없고 개인의 능력으로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고?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1조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와 안전문화 활동, 그 밖에 재난 및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에게는 당연히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책임이 있다. 항상 사회적 약자들이 우선 되어야 한다. 저소득층 주민, 아동, 노령자, 장애인 등은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정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안전 보장을 우선하되 모든 국민들이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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