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생태관광의 문을 열다’(6)
-괴산 산막이옛길

숲과 호수의 이름다운 조화 

대한민국 중심부에 위치한 ‘괴산 산막이옛길과 괴산호’는 속리산 국립공원과 백두대간이 인접하고 있으며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관광지로서 훼손되지 않은 우수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됐던 10리의 옛길로, 흔적처럼 남은 길에 덧그림을 그리듯 그대로 산책로를 복원하였고, 친환경 공법을 활용한 데크로 만들어져 환경 훼손을 최소화한 자연미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옛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의 아름다움은 괴산의 백미로 손꼽힐 만하다.

산막이옛길이 생기게 된 배경에는 달천과 괴산댐이 있다. 우선 달천은 보은군 속리산에서 발원해 괴산군을 거쳐 충주에서 남한강과 합류하여 여주를 지나 양평에서 북한강과 다시 합류하여 서울로 흐른다. 총 길이는 116㎞에 이르며 괴산군에서만 청천면부터 불정면에 이르기까지 50㎞가 넘게 이어진다. 

그리고 괴산댐은 6·25전쟁으로 전력 설비가 파괴돼 전력 사정이 최악으로 치달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정부는 남한의 중심부인 이곳에 발전소 건립을 추진했다. 괴산댐은 순수한 우리 기술력과 자본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첫 번째 댐이다. 괴산댐이 건설되어 물을 가두기 시작하면서 한 마을이 수몰되었고 연하동이 수몰된 지금은 산막이마을이란 이름이 그곳을 대신하고 있다.

괴산댐이 들어서기 전 산막이마을 사람들은 달천의 물길을 따라 걸었고, 물이 있으면 징검다리를 놓아 건너다녔었다. 1957년 괴산댐이 건설되면서 달천의 물길은 거대한 호수가 됐고, 마을 사람들이 다니던 옛길은 물에 잠기고 말았다. 옛길이 물에 잠기면서 마을 사람들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니거나 지금의 산막이옛길을 걸어 외부와 소통을 했다. 지금의 명품 생태길인 산막이옛길은 산막이마을과 사은리를 오가던 길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산골 촌부가 읍내 가던 호수를 끼고 걷는 산 가장자리 비탈길이다.

자연을 위한 희생과 투자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됐던 십 리 길이의 옛길을 복원한 산책로다. 2006년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만들어졌는데 사람 한 명이 간신히 걷던 길을 원형을 보존한 상태로 자연훼손을 최소화하여 친환경 공법으로 만들려다 보니 공사가 쉽지 않았다. 보통은 장비 이동과 자재 운반을 위해 좁은 길은 나무를 베고 길을 넓히지만 괴산군은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비 이동과 자재 운반을 육로가 아닌 물길을 활용하여 바지선에 장비를 실어 나르고 나무에 도르래를 설치하여 자재를 올리며 공사를 하였다고 한다. 괴산호가 얼어붙는 겨울에는 썰매를 이용해 실어 날랐다. 이러한 노력에도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해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환경단체를 설득하기 위해 생태 보존을 위한 철저한 노력과 시공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설득했고, 공사는 이어질 수 있었다.

다양한 전설과 이야기가 숨어있는 곳

걷는 길이 예쁜 산막이옛길은 걷기도 하고 돌아올 때 배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걷기 힘든 분들은 왕복으로 배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대부분 관광객은 차돌바위에서 출발하여 산막이마을까지 걷거나 연하협구름다리까지 걷고 배를 타고 오는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

산막이옛길을 걷노라면 중간중간 정자와 쉼터들이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탐방의 난이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걷다 보면 특이한 나무와 바위마다 스토리가 엮어져 있는데 이야기의 뒤에는 괴산군 공무원들과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산막이옛길을 정비하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가면서 옛길을 정비하고 예부터 내려오는 전설과 특이한 모양의 나무와 바위를 찾아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덧그림을 그리듯 입혔다.

산막이옛길 초입에 있는 망세루에서는 괴산댐을 가까이 바라볼 수 있으며 병풍루(호수전망대)와 꾀꼬리전망대에서는 괴산호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또 1960년대 초에 실제 호랑이가 드나들면 살았다는 ‘호랑이굴’, 여우비나 여름 한낮 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간 ‘여우비 바위굴’, 앉은뱅이가 마신 후 벌떡 일어나 걸어갔다는 ‘앉은뱅이 약수’, 골짜기 안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얼음 바람골’, 옛날 서당에서 여름철 야외학습장으로 썼다는 ‘고인돌 쉼터’, 산짐승들이 지나면서 목을 축인 ‘노루샘’ 등 다양한 이야기와 볼거리가 끊임없이 나타나 산막이옛길을 걷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보고, 즐기며 걷다

산막이옛길은 경치를 구경하고 걷는 게 다가 아니다. 옛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곳곳에 숨어있다. 가장 인기 있는 명소 중 한 곳이 바로 소나무 출렁다리다. 이곳에서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거워하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출렁다리를 무서워하는 일행이 있으면 다리를 흔들어 장난을 치는 어른들의 모습도 쉽게 보인다. 

또 길을 걷다 보면 다람쥐가 탐방객을 반겨주고, 비 오는 날에는 두꺼비들을 만날 수 있으며 괴산호에는 수달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관찰된다. 자연과 더불어 1시간 정도를 걷다 보면 산막이마을에 도착 되는데 산막이마을에는 식당들이 있어 다양한 먹거리들을 즐기며 쉬어갈 수 있다.

또한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2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등잔봉까지 2시간 코스와 삼성봉까지 3시간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등산로에 오르면 괴산호의 한반도 지형을 바라볼 수 있는 한반도 지형 전망대가 있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괴산호의 멋진 전망뿐 아니라, 봄이면 진달래가 절경을 이루고 있어 봄 산행을 추천하기도 한다. 

생태관광지 연 150만 명 방문

이곳에서 근무 중인 원주지방환경청 박인숙 자연환경해설사는 산막이옛길이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한해 최고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렸을 때에는 자연을 즐기기보다는 무질서한 모습들이 많이 보여 탐방의 질이 많이 떨어지기도 하였으나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친구, 가족단위의 탐방객들로 생태관광에 대한 의식과 탐방의 질이 한층 높아졌다고 한다. 현재 이용객 추세로 볼 때 올해는 약 50~60만명 가량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산막이옛길을 운영하기 위해 2009년 달천을 끼고 있는 외사리와 사은리, 갈론, 학동마을 4개 마을 620여명의 주민들은 현 산막이옛길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주민들은 산막이옛길을 관리하면서 배 운영수익금과 옛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숙소 운영 등 다양한 사업으로 수익 창출, 마을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환경보존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수익금 일부는 군민장학금으로 기부하면서 지역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문배근·신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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