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식 농사를 짓던 곳

전라북도 고창군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보물 7가지를 가진 도시다. 세계유산(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 무형문화유산, 생물권보전지역과 올해 인정된 세계기록유산과 세계지질공원까지 갖추었다.

운곡람사르습지 일대는 과거 주민들이 거주하며 계단식 농사를 경작하던 곳이었다. 1980년대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의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운곡저수지가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원주민들은 경작지와 살던 집을 두고 떠나왔으며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출입이 통제된 경작지와 주변 자연환경은 인간의 접촉과 간섭이 단절되자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졌다. 경작지로 사용되던 땅은 자연 천이과정을 거치며 자연 스스로 복원이 되었고 건강한 습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습지 주변은 원시 밀림을 방불케 하는 숲으로 바뀌게 되었다. 숲이 생기자 수달, 황새, 삵, 구렁이, 팔색조 등 많은 동물이 이곳에 모이게 되었다. 현재 운곡람사르 습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4종을 포함한 830여 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 경관이 뛰어나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는 습지보호지역, 람사르습지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을 받았다,
습지는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나뉘며 하구형습지, 해양형습지, 이천형습지, 소택형습지, 호소로 구분한다. 운곡람사르습지는 소택형습지의 변화라 볼 수 있으며 산지형 저층습지이다.

버려진 논이 인간의 출입이 통제되었다는 이유로 모두 습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운곡람사르습지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운곡습지 일대는 약 8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잦은 화산활동으로 분출되어 만들어진 유문암과 유문암질 응회암으로 암석의 기반층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화산분출 시 마그마가 지표에 빠르게 냉각되어 만들어진 유문암과 공기 중으로 날아간 쇄설물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응회암(화산쇄설암)으로 입자 크기가 매우 작고 균질해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로 인해 운곡습지 주변 다섯 개의 골짜기 오베이골(오방골)에서 흐르는 물이 운곡저수지에유입되어 현재 운곡습지 생태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830여 종의 야생 동식물 서식

 운곡습지는 5코스 생태탐방 길로 이루어져 있다.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생태공원 탐방안내소를
방문하여 운곡습지생태공원 탐방 열차를 이용할 수 있으며 3.3km 구간으로 약 14분 소요된다. 탐방 열차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운곡저수지 일대와 주변 경관을 단시간 내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코스로는 고인돌 유적지에서 출발하여 탐방하는 3.6km 코스와 10.1km 코스가 있으며 자연생태공원서 출발하는 9.6km 코스와 10.1km 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코스 중간중간 만나는 지점들도 있어 코스 변경이 가능하기에 목적에 맞춰 자유롭게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곳 생태탐방코스 데크는 평상시 우리가 보았던 데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데크는 지어질 당시부터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데크의 넓이는 사람이 한 명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 반대 코스에서 사람을 만날 때 서로 양보해야만 지나갈 수 있으며, 데크 바닥 간격이 일정하게 벌어져 있다. 그 이유는 보행 때 인간의 불편함은 있으나 밑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에게 주는 인간의 배려가 깔려 있다. 운곡습지를 찾는 탐방객들은 불편함을 즐기며 자연과의 공생 관계임을 알아간다.

운곡람사르습지는 탐방객에게 볼거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습지의 가치와 다양성을 알리고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알게 한다. 습지가 있으므로 홍수조절의 기능과 해안선의 안정화, 습지에 침전된 영양분은 미생물의 영양분이 되고 먹이사슬의 다양성과 동식물의 영양분 공급에 큰 역할을 한다. 또 습지는 지상에 존재하는 타소의 40% 이상을 저장하여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하는 등 인간에게 많은 이로움을 준다. 이외에도 수질 정화, 생물 종 다양성 유지, 여가 활동과 관광 등 셀 수 없이 많다 

계절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고창군은 2021년 전 세계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지 100선 선정과 제1회 최우수 관광마을로 각각 선정되었다.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획득해 이로운 점도 많지만 다소 불편한 부분들도 있다. 고창군생태관광주민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운곡습지 주변 6개 마을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프로그램 참여로 운영된다. 생태계의 보존과 현명한 이용을 통한 지속가능한 생태관광 사업추진으로 주민들의 역량을 키워주고 발휘하며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들의 수익창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마을마다 특색이 있는 생태밥상 운영, 맞춤형 체험, 자연을 즐기며 활동할 수 있는 노르딕워킹, 자연물공예 체험, 반딧불이 풀벌레야행, 누에체험, 누에고치 공예체험, 오디따기 체험 등 계절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운곡람사르습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는 체험 중 하나가 생태밥상 체험이다. 생태밥상 체험은 3개 마을 호암, 독곡, 부귀마을이 운영하고 있다. 마을별로 메뉴가 각각 다르며 가격별로 구성돼 선택의 폭도 매우 넓다. 

이외에도 고창군생태관광주민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주민들의 습지보전을 위한 마을 규약을 만들어 교육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창군생태관광주민사회적협동조합 나오미 국장은 “고창은 인류의 태동기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찬란한 문명이 발달했던 곳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세계문화유산 고인돌의 밀집도를 자랑하고 다양한 생물자원과 자연환경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축복받은 땅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 중 만난 관광객 A씨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생태도시락 체험과 누에체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맛에 한 번 감동하고 자연을 생각하는 주민들의 마음에 한 번 더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에 벌레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누에를 보고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직접 팔에도 올려보고 교육을 통해 집중하고 나서 발표하는 모습에 매우 보람찬 관광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배근ㆍ신준열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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