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 전시회를 마치고-

현의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 ·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현의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 ·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일본 유후인(由布院)의 2월 하순 거리 분위기는 쌀쌀한 날씨에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거리마다 봄날인 듯 많은 관광객이 거리를 꽉 메울 정도로 붐볐다. 코로나 3년 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유후인을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는 음식점 등 상점마다 젊은이들로 꽉 찼다. 곳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보면 약 90% 정도가 한국인 젊은 관광객이다. 연간 관광객이 500만 명이니까 450만 명의 한국인 젊은 청년 커플이 여행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없던 이런 한국인 관광객의 모습에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았다. 무엇이 좋습니까? 자연이 가까이 있고 맛있는 과자·아이스크림 등이 많다는 점이다. 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곳곳에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이들은 코로나로 3년 동안 실내 생활을 하다가 해맑은 자연이 있는 거리를 동경했던 것일까? 유후인에 몰려든 한국인 젊은 청소년들은 유후인의 자연 풍광이 가까이 있는 환경에 푹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유후인의 자연과 마을 분위기를 즐기고 떠나기 위해 철도역의 오른쪽 아트홀에 무심결에 들렸다가 한국 농촌의 풍경 등이 묘사된 미술품을 감상하고는 정면 벽에 미술품 감상 소감을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이처럼 많은 사람의 메시지가 남겨진 것은 유후인 아트홀 미술전시회 중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한글이 80% 정도이고 일본어와 중국어·영어 등이다. 

“작품 속에 한국의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네요” “토양과 인간과 마을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신토불이와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등등.

일본에서 유명한 여류 수필가인 모리 마유미 씨는 “현 씨는 가장 농업을 잘 아는 화가,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농민이다. 신토불이 전시회는 고향과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의 철학이 넘쳐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찾아간 우동집 아주머니는 데스크에 놓인 전시회 팸플릿을 보고 직접 역에 가서 작품을 본 소감을 이야기했다. 하루는 남루한 옷차림의 장애인 한 분이 ‘흙속의 태아’ 작품을 가리키며 소유하고 싶다고 하면서 1천 엔을 내민다. 그냥 드리겠다고 해도 지불해야 한다면서 1천 엔 지폐를 호주머니에 넣어준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근처에 사는 아트맨이라고 당당하게 답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전시회 기간 숙소를 제공해준 민박집 할머니는 그의 지인 5명이 떡 선물을 들고 전시장을 찾아와 작품 하나하나를 관람하고 그들의 어렸을 때의 고향이 생각난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역시 예술인촌의 민박집 할머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후인은 주민 모두가 예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여 년 전 농박을 한 적이 있는 ‘백년의 집’이라는 농가의 부부가 전시회장을 과자와 떡을 갖고 찾아왔다. ‘다랭이논 황소’ 작품을 보고 매우 정감이 느껴진다는 소감을 듣고 기증했다. 아마 한국인 민박객이 백년의 집에서 농박을 한다면 새삼스럽게 한국 농업의 중요성도 전달될 것으로 믿는다. 

동경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전시장을 찾은 야마다도시오(山田俊男) 일본 참의원은 일본농협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을 추진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미술로 표현하는 작가가 일본에는 왜 없느냐는 말을 하면서 아쉬움을 표현했다. 

유후인 아트홀 전시회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고토치카코(後藤千鄕子)씨는 “현 씨의 작품을 통해 신토불이 사상은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기도한다. 강한 신념을 가진 한 인간의 노력과 힘은 분명히 앞으로 세계를 움직일 것으로 믿는다”는 글을 남겼다.

수많은 사람들의 과분한 평가를 받고 부끄럽지만 더욱 열심히 농업과 농민의 대변자 역할을  미술을 통해 호소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 나만의 미술 세계를 창조하고자 한다. 연내에 쌀 민족의 인스톨레이션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도 시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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